얼마 전 아내가 오래 된 영화 테이프를 빌려왔습니다.제목은 ‘산체스의 아이들.’ 1970년대에 미국과 멕시코 사람들이 함께 만든 영화입니다. 앤터니 퀸이 주연을 맡았죠. 일찍 아내와 사별한 가난한 가장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또한 소외되면서 한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결국 복권에 당첨돼 부자가 된 후 가족의 집을 손수 짓고 사방에 흩어져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식들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이 결말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학생 때 AFKN(지금 AFN KOREA) 방송에서였습니다. 물론 자막이 없어 줄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죠.
그러나 화면에 비친 멕시코 빈민가의 색깔만큼이나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는 기억에 또렷합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봤습니다. 역시 우울하더군요.
이 영화는 내용보다 음악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재즈 아티스트 척 멘지오니가 만든 사운드 트렉이죠. 국내 CF음악으로도 많이 사용된 타이틀곡은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 외에 ‘사랑의 테마’ 등 주옥 같은 음악들이 들어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 음반은 언제나 차 안에 있었습니다. 6개의 CD가 들어가는 기계인데 한 번도 1번 트렉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는 직업은 어찌 생각하면 음악을 듣는 직업입니다. 운전 중에는 귀만 쉬기 때문이죠. 여행 길에서 바라본 풍광에 대한 기억에는 그래서 언제나 음악이 흐릅니다. 특히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추억 속에는 항상 ‘산체스의 아이들’ 의 음악이 함께 합니다.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데에는 잠자리와 먹을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처럼 떠나는 휴가길, 좋아하는 음악을 준비됐는지 확인해 보시죠.
언젠가는 사리라고 별러왔던 음반을 여행을 떠나는 참에 마련하는 것도 좋은 투자가 아닐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연인과의 여행에 대한 추억이 아름다운 선율로 더욱 짙게 칠해질 겁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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