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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길 들를만한 숨은 비경 4 / "와! 이런 곳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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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길 들를만한 숨은 비경 4 / "와! 이런 곳도 있었구나"

입력
200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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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 땅에 이런 풍경도 있구나!’ 자연이 만든 것이든, 아니면 사람이 만든 것이든 탄성이 터지는 아름답고 기이한 풍광이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물론 터를 잡고 며칠 쉴만한 곳도 아니다. 휴가길에 혹 방향이 맞다면 한 번 들러봄직은 하다. 이런 풍광 4곳을 소개한다.

■무안 회산 연꽃방죽

/전남 무안군 일로면 복룡리

매년 이맘 때부터 그 위용을 드러낸다. 사나운 비를 맞을수록 푸르름은 더욱 짙어진다. 무안 회산 방죽은 연지(蓮池)이다.

연꽃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백련이 산다. 잎사귀가 커다란 보자기를 펼쳐놓은 것처럼 크다. 사람이 올라 앉아도 끄떡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거대한 수생식물이 10만여 평의 너른 호수를 촘촘하게 메우고 있다. 백련 군락지로는 동양에서 가장 넓다. 바람에 흔들리면 진한 초록색 파도가 거칠게 인다. 꽃도 크다. 직경 약 20㎝. 거의 핸드볼공만 하다.

와르르 폈다가 한꺼번에 지는 꽃이 아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간 꾸준히 꽃대가 올라오고 하얀 꽃이 연이어 핀다.

회산방죽은 일제시대 무안의 주민들이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만들었다. 한 마을사람이 인근에서 12주의 백련을 옮겨 심었는데 그날 밤 꿈을 꿨다.

하얀 학들이 저수지에 가득 내려 백련꽃이 만발한 듯했다.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백련을 가꿨다.

회산 연꽃방죽은 멋진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몇 해 전 해 방죽 한 구석에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을 조성했다.

700여 평의 뻘에 30여 종의 희귀 수생식물을 심었다. 홍련, 가시연, 왜개연, 수련, 물양귀비, 물달개비, 부레옥잠…. 지금 모두 꽃을 피울 시기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톨게이트를 나오면 바로 일로IC. 길바닥에 ‘연꽃’이라는 안내 글씨를 써놓았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검룡소

/강원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골

검룡소(儉龍沼ㆍ강원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골)는 한강의 발원지이다.

이 곳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장장 514㎞를 굽이치고 달려 서해안으로 흘러 든다. 우리 민족이 한강을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면 검룡소는 그 역사를 키운 샘물인 셈이다.

원래는 강원 평창군 오대산의 산샘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꼽혔다.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라고 꼭 집어내는 문헌상의 기록은 없지만 예로부터 유명한 샘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거의 모든 지리지에 명시돼 있다. 물맛이 매우 좋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맑은 빛을 간직한 채 서울까지 흐른다고 한다.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 하늘에서 인공위성이 찍은 지도가 근거가 됐다. 지도상의 거리를 측정해 본 결과 검룡소의 물줄기가 약 32㎞ 더 길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1987년 국립지리원이 한강의 발원지로 공식인정했다.

검룡소는 큰 길(35번 국도)에서 약 7㎞ 떨어져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지날 수 있는 비포장과 포장이 섞인 찻길이지만 나머지 1.3㎞는 일반 차량이 다닐 수 없다. 걸어야 한다. 그러나 힘들지 않다.

경사가 거의 없는 분위기 좋은 산길이다. 잎이 넓은 산죽밭을 지나고 가지가 하늘을 가려 거의 캄캄한 낙엽송 숲을 통과한다. 맑은 개울물이 함께 해 지루하지 않다. 길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이다.

낙엽송 숲의 끝 지점에 육각형의 정자가 놓여있고 그 옆에 기념비가 서 있다. ‘태백의 광명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라고 쓰여있다.

기념비 뒤로 집채만한 암반이 버티고 있고 그 위에 검룡소가 있다.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지만 예상보다 그리 크지 않다. 폭이 약 5㎙ 정도 되는 동그스름한 샘물이다. 샘 한쪽 구석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물구멍이 보인다.

크기는 작지만 에너지는 만만치 않다. 하루에 용출하는 물의 양은 평균 2,000~3,000톤.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 물이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암반에 길이 약 20m, 폭 1.5m의 계단식 폭포를 만들었다. ‘용틀임폭포’라고 부른다.

검룡소 샘물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시사철 온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섭씨 9도를 유지한다.

한여름일지라도 손을 집어넣으면 채 1분을 견디기 힘들다.

■삼척 통리협곡

/강원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강원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에 붉은 협곡이 있다.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생성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비슷하다.

삼척시 오십천의 상류 물줄기가 1만여 평의 고원을 지나가며 깊은 골을 파 놓았다. 길이는 약 10㎞, 가장 깊은 골은 270m에 이른다.

이름은 태백시 통리에서 따왔지만 행정구역상 위치는 삼척시에 든다. 찾아가는 길은 아주 쉽다.

태백시 통리역 앞 삼거리에서 원덕 쪽 427번 지방도로를 타고 약 600m쯤 진행하면 왼쪽으로 미인폭포라는 입간판이 나온다. 이 미인폭포가 협곡의 시발점이다.

일반적인 산행은 오르막길이지만 협곡 탐방은 내리막으로 시작된다. 몸이 쏟아질 듯 가파른 비탈에 지그재그로 길을 냈다.

직선으로 200여m에 불과한 거리이지만 굽은 길을 가느라 10여 분이 걸린다. 폭포의 우람한 낙수소리가 들릴 즈음 혜성사라는 자그마한 암자가 나타난다. 혜성사를 돌아 언덕을 조금 내려가면 미인폭포이다.

폭포 앞에 서면 흔히 볼 수 없는 예사롭지 않은 풍광이 앞을 막는다. 물줄기 아래쪽으로 펼쳐진 산기슭은 수직의 붉은 바위 벽.

나무는커녕 이끼조차 끼지 않은 발가벗은 바위벽은 시루떡을 잘라 놓은 것처럼 지층의 구분이 선명하다. 학자들은 중생대 백악기(약 1억 3,500만~6,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인폭포의 풍취도 남다르다. 이름만으로 작고 아담한 폭포를 상상했을 터. 그러나 미인폭포는 30m 높이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우람한 폭포이다.

폭포 아래쪽으로 흩어져 있는 바위 덩어리들도 신기하다. 굵고 잔 자갈이 잔모래와 함께 굳어 있다. 퇴적암의 한 종류인 역암이다. 철거된 건물에서 나온 콘크리트 덩어리를 몰래 버린 것 같다.

■오장폭포

/강원 정선군 북면 구절리

강원 정선군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행열차 비둘기호가 있다. 정선읍에서 북면 구절리까지 객차 한 량만을 달랑 매달고 다닌다.

주로 학생들의 통학에 이용됐던 이 미니열차는 요즘 인기 관광상품으로 부상해 주말이면 관광객 차지가 돼 버렸다.

산골마을 구절리는 그 덕에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열차를 타고 구절리에 다녀 온 외지인들은 기찻길이 끝나는 곳까지만을 기억한다. 사실 구절리의 속살은 기찻길보다 더 깊은 계곡에 숨겨져 있다.

구절리로 진입하는 도로는 ‘정선 아라리(아리랑)’의 발상지로 유명한 아우라지에서 시작한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여량쪽으로 달리다 보면 여량1교 직전에 주유소가 있고 아우라지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서 약 8㎞를 직진하면 기찻길이 끝나는 구절리역에 닿는다. 역에서 일반 승용차로 더 진입할 수 있는 길은 3㎞남짓.

노추산(1,322m)의 아랫마을인 종량동까지이다. 절반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절반은 잘 다듬어진 비포장도로이다. 짧은 길이지만 강원도 산비탈의 계곡미를 집약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 길에 오장폭포가 있다.

구절리역에서 약 2.5㎞ 지점에 위치한 오장폭포는 하늘에서 바로 물이 쏟아지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준다.

노추산의 연봉인 오장산 자락을 흐르던 물이 갑자기 돌벼랑을 만나 수직으로 떨어진다. 경사길이가 209m, 수직높이가 127m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공폭포이다.

송천으로 떨어지는 백색의 물줄기는 큰 낙차와 시원스러움에 있어 단연 압권이다.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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