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급격히 변동하다 보니 그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나라 경제를 담당하는 경제 관료나 기업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외환 시세에서 좀처럼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녀를 외국에서 공부시키는 ‘기러기 아빠’가 크게 늘어서 그런 것일까. “오늘 환율은 얼마냐?”를 인사말 비슷하게 건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환율 이론의 최고 권위자인 루디거 돈부시 미국 MIT대 교수가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자택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그는 1976년 환율 결정과정을 오버슈팅(overshooting) 측면에서 설명한 ‘돈부시 모델’을 발표, 이름을 떨쳤다.
94년에는 멕시코 페소화가 붕괴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견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또 지난해 앞으로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일 때 경계론을 펴기도 했는데, 최근 국제경제 동향을 보면 그의 탁견을 알 수가 있다.
■개방론자인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권위주의와 관치주의, 기업의 관료주의 등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이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관료들을 모두 비행기에 태워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 기득권 수호와 정책 실패를 감추는데 급급했던 일본 관료의 해결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관치주의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관료들의 경영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는 등의 지적을 계속했다.
■그는 99년 국내 언론에 크게 소개된 일본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한국 경제 비판에 대한 재비판으로도 우리에게 알려졌다.
오마에는 한국 정부가 대안없는 재벌 해체와 국제통화기금(IMF)식 처방으로 산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오마에의 비판은 일본 입장에서 접근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 해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그가 쓴 ‘세계 경제 전망’을 가지고 갔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유용한 비판자가 또 사라졌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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