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인 주부 정모(35ㆍ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최근 다섯살 배기 아들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래 아이들 4명과 함께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보냈다.어학연수 기간은 1년. 5명의 엄마들이 2개월 정도씩 교대로 현지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로 하고 아이를 보낸 것이다.
정씨도 내년 1월 2개월 정도 휴직하고 캐나다로 가서 아이들을 돌볼 예정이다. 정씨는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어 이처럼 몇 명씩 팀을 만들어 해외연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 아파트만 해도 이런 팀이 여러 개”라고 말했다.
■어학연수 ‘어릴수록 좋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어린이 해외연수붐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취학전 아동 연수생 수가 취학아동을 앞지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동 하버드유학원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 유학원에서 보낸 연수생수는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생 73명, 미취학아동 34명이었던 것에 반해 올들어서는 초등생 57명, 미취학아동 61명으로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혜숙(崔惠淑ㆍ42) 상담실장은 “3~6세 연수생 숫자가 초등학생 연수생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주변 유학원에서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유치원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유치원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난 아이들이 15명이 넘었다.
원장 황모(56)씨는 “처음에 서너명이 빠져나가자 뒤따라 해외연수를 보내는 엄마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러다간 ‘유치원은 외국에서, 초등학교는 국내에서’ 보내는 것이 트렌드로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어에 골프, 승마 고급화
연소화와 더불어 갈수록 고급화하는 것도 최근 아동 해외연수의 한 경향이다.
한국 어린이들의 해외연수가 폭증하면서 호주나 뉴질랜드 등에서는 골프 승마 등을 결합한 연수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어 이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
주부 성모(34)씨는 내달 5일 여섯살짜리 딸 아이를 뉴질랜드로 6개월간의 ‘복합 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성씨는 “아이가 영어 뿐 아니라 골프 승마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등을 떠밀어 보내는 해외연수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충고한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ㆍ교육학)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언어습득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겠지만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생길 성격상의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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