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내달 2일부터 7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갖자는 제의를 받고 5시간 만에 수락 의사를 밝혔다. 신속한 호응이다.정부는 이러한 북측의 태도와 대미대화 재개 움직임을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 조짐으로 규정하면서 밝은 장관급회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국자들은 "전술적 측면보다는 전략적 포석에서 북한이 대남, 대미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북측이 25일 장관급회담 의제로 경의선 연결 등 우리측 관심사항을 제시한 것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경제개혁을 추진 중인 북한이 장관급회담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대화 국면 조성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의선 연결 등 남북의 현안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무대표접촉 후 1주일이 채 안된 내달 10일부터 장관급 회담을 진행하는 빠른 템포의 대화 일정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이런 전망이 타당한지 여부는 실무대표접촉에서 어느 정도 가려질 듯하다. 이번 접촉은 서해교전으로 발생한 냉각된 분위기를 걸러내기 위해 북측이 고안한 '징검다리' 회담이지만, 이번 접촉을 통해 남북대화를 개재하는 북측의 진의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측 접촉 대표의 서해교전 관련 언급과 7차 장관급회담 구상 등은 향후 대화 진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먼저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서해교전사태 재발방지에 관한 남측의 요구를 받고, 남측 국민정서를 감안해 답을 내놓는다면 장관급 회담은 한결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대북 식량지원에 관해서는 북측의 남측 의중 타진이 이뤄지겠지만 우리 당국의 대북지원 의사가 확고한 만큼 추후 열릴 경협추진위에서 논의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실무접촉에서 논의될 장관급 회담 의제는 4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특사 방북 시 이뤄졌던 합의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합의됐으나 이행되지 못한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군사당국 간 회담 재개 등에 관한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7차 장관급회담 후 육로관광을 위한 금강산회담, 국방장관급회담 등 분야별 대화가 속속 재개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전망에 근거해 정부는 경의선 및 금강산 육로관광 연결, 개성공단 착공, 이산가족,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장관급회담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임기말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이번에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8월의 남북대화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 등 그간의 미이행 합의사항이 밀도 있게 정리되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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