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학생이라고 치어리더 하지 말란 법 있나요.”30일 낮 서울대 두레문예관 공연연습장. 키 170㎝ 이상의 늘씬한 서울대 여학생 10여명이 운동복 차림으로 치어춤을 추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달 중순 출범한 서울대의 첫 치어리더팀 ‘드림치어단’. 팀장인 김여운(19ㆍ서양화과 2학년)양은 “축제 때 치어 공연도 하고 운동부가 요청하면 응원도 해줄 것”이라며 “칙칙하고 답답한 서울대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어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드컵이 낳은 자부심 넘치는 ‘R(Red)세대’. 여배우 신민아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김양은 “서울대 여학생이라면 안경 쓰고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등의 선입견이 너무 싫다”며 “월드컵 때 느꼈던 즐겁고 신나는 삶의 열정을 이어가고, 내 방식대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양이 치어리더 모집에 나선 것은 이달초. 모집 포스터를 게시판에 붙이자 1차로 10여명이 자원했다.
치어리더를 보는 곱지않은 시선에 대해 이상원(19ㆍ디자인학부2학년)양은 “미국에서 치어리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한 단체의 팀워크와 결속을 위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괜한 오해와 편견을 막기 위해 드림치어단에는 술, 담배 뿐 아니라 뒷풀이나 미팅, 소개팅도 금지돼 있다.
키 170㎝이상의 여학생을 가입조건으로 건 이유에 대해 “그래야 폼이 나지 않겠냐”고 대꾸하는 이들에게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월드컵송 ‘발로차’에 맞춰 재즈댄스를 변형한 재즈치어춤을 추며 이들은 또 다른 서울대의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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