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이후 한 달 동안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ㆍ鄭夢準)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로 축구중흥의 발판을 마련한 축구협회는 최근 정부 등 비축구계를 아우르는 포스트월드컵위원회를 구성,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월드컵 붐을 이어갈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월드컵 이후 협회가 제시한 포스트월드컵 프로젝트는 ▦2005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월드컵 개최도시에 6개 프로구단을 추가 창단 ▦기존 실업팀을 활용한 프로 2부리그 시행 ▦축구 저변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 ▦유ㆍ청소년 육성프로그램 제도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중흥의 조짐은 국내프로축구의 인기 급상승과 활발한 프로구단 창단 논의로 표면화하고 있다. 2002 프로축구 정규리그는 역대 최단기간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는 신생팀 창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남광우(南光祐) 협회 사무총장은 “7월 한 달 동안 국민은행을 비롯한 5개 이상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프로팀 창단 문의를 해왔다”며 “현재 창단을 위한 제도적, 법적 절차를 종합적으로 정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 대표팀감독 등의 인선작업이 지연되고 있고 월드컵 이후 마스터플랜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세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칫 중장기 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9월 아시안게임과 2004년 올림픽 체제로 대표팀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협회는 차기 기술위원회구성이 늦어져 대표팀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드컵 이후 23일만에 브라질의 지코를 신임감독으로 영입한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8일 포스트월드컵위원회 구성을 위한 1차 실무회의를 가진 협회는 “프로팀 추가창단 등 축구 중흥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차후 정부와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포스트월드컵 프로젝트가 2010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내 진입을 위해 지난해 초 발표됐던 2010 프로젝트와 흡사하다는 점도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한일월드컵서 기대 이상의 목표달성으로 향후 목표가 불확실해졌다는 점도 협회의 부담이다. 축구협회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커졌다”며 치밀한 계획수립과 업무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김호(金浩) 감독은 “진정한 국내축구의 중흥을 위해서는 프로축구연맹의 상위기관격인 협회가 아시안게임, 올림픽서의 성적보다도 국내 프로리그 활성화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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