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제시한 선거법 개정 의견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생각할 때 가히 혁명적이다. 사실상 완전한 형태의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입법절차를 서둘러 12월의 대통령선거부터 적용해야 한다.우리 선거의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高)비용’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떤 대통령도, 어떤 국회의원도 음성적 또는 불법적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법개정 의견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정당 및 후보자 연설회를 폐지하는 것과 중앙당의 축소, 지구당의 폐지 등이다. 특히 각종 연설회를 모두 금지하고 선거운동을 기본적으로 TV와 신문을 통하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다.
자발적으로 선거유세장을 찾는 청중은 거의 없고 세(勢)과시를 위해 동원된 청중만이 유세장을 메운 지 벌써 오래됐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청중동원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선거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당을 축소, 정당의 운영을 원내 중심으로 하는 것과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 역시 ‘고비용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오래 전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요구돼 왔던 것이다. 이렇듯 정당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개정의 조속한 실현이다. 각 당이 선관위의 의견개진에 입을 모아 ‘원칙적 찬성’을 밝혔지만 대통령선거 이전에 법개정이 완료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당이나 고통이 수반되는 개혁의 길을 택하는 것보다는 우선 당장 과거의 관성을 따르는 것이 편할 것이다.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하는 동시에, 선거관련법에 관해서 선관위가 법률안 제안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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