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무리한 요구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개 회사가 금융기관이 액면금액을 마음대로 기재해 유통시킬 수 있는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를 13장이나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들 기업의 회계장부를 감사한 회계법인들도 백지어음이 유통될 경우 기업과 주주들이 거액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사실을 ‘우발채무’로 분류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이 리스계약이나 운용자금 차입계약을 맺으면서 금융기관에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를 견질(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자회사의 리스거래 지급보증을 위해 지난해말 현재 S캐피탈에 백지어음과 백지수표를 각각 3장과 2장씩 담보로 맡겨 놓고 있다.
또 KTF는 리스계약을 위해 H여신전문에 백지어음 1매를, S보증보험에는 백지어음 2매를 담보로 제공했다.
LG텔레콤의 거래은행 역시 LG텔레콤에 운용자금을 빌려주거나 금융리스 및 지급보증을 제공하면서 백지수표 1장과 백지어음 4장을 담보로 잡고 있다. 반면 KT는 금융기관 차입을 위해 제공한 백지 어음이나 백지수표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백지어음 담보와 관련, “편법일 수는 있지만 오랜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겉으로는 신용대출이 이뤄진 것 같지만,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를 제공받아 비공식적으로 담보를 챙기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관중인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는 담보용일 뿐 금융기관이 임의로 유통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은 “백지어음은 보관자가 금액이나 만기 등 결여된 여건을 보충(기재)하면 서명자가 보충된 문안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며, 따라서 백지어음은 일반 담보보다도 위험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안건, 삼일회계법인 등 이동통신 3개 회사의 회계 감사법인은 백지어음 제공사실을 법정소송 등과 함께 회사의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우발채무’로 분류,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조철환기자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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