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동선과 서해교전 관련 발언이다.백 외무상이 북한 당국의 25일 서해교전 유감표명과 7차 장관급 회담 제의의 연장선상에서 화해 의지를 보일 경우 한반도 정세가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교착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 외무상은 29일 현재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5개국과 양자 외무장관 회담을 갖기로 사전 합의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북한 외무성의 잇단 대미ㆍ대일 화해 제스처를 고려하면 백 외무상은 북방한계선(NLL)의 법적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교전의 우발성과 재발방지에 강조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북측의 유감표명을 사실상 ‘사과’로 인정 한 만큼 백 외무상의 자존심을 자극해가며 책임 소재를 따지지는 않을 태세이다..
백 외무상이 서해교전을 주변국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명할 경우 북미 외무장관 접촉이 전격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식통들은 북미 간에 사전 조율이 없어 공식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우나, 백 외무상이 희망할 경우 커피 타임 등 간단한 접촉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26일 북한 외무성의 유화적 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백 외무상과의 회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미 외무장관이 만날 경우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최고위급 접촉인 만큼 최대 현안인 미국의 대북 특사파견 등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남북 외무장관들도 ARF 회의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이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는 한 굳이 회담을 갖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내심 북측의 회담 제의를 기다리는 눈치이다.
남북 외무장관이 만나면 서해교전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관계 개선책을 논의할 수 있다. 백 외무상 입장에선 4월 이후 ‘미국의 대북 채찍 옹호론’을 폈다고 강하게 비난해온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화해하는 의미도 있다.
백 외무상은 불확실한 남한과 미국 보다는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무 장관과의 31일 회담에선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가와구치 장관이 “이번 회담이 국교 정상화 회담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일본측의 대화 의지도 강한 편이다. 북일 외무장관이 일본이 의제로 내세운 피랍 일본인과 괴선박, 북측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과거청산과 식량지원 문제 사이에 어떤 접점을 도출해 낼 지 주목된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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