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7월30일 일본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가 79세로 작고했다.도쿄(東京)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다 생활고로 중퇴한 그는 24세 때인 1910년에 단편 ‘문신(文身)’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문신을 한 뒤 갑자기 몸이 변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문신’은 에드거 앨런 포나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프랑스 퇴폐주의자들의 영향을 또렷이 드러내면서, 다니자키 문학을 특징짓는 탐미주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니자키 삶의 전환점은 1923년의 간토(關東) 대지진이었다. 그는 태어나고 자란 도쿄에 아내와 자식을 두고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이주해 오사카에 살며 신문과 잡지에 장편 ‘치인(痴人)의 사랑’을 연재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나오미는 평단에서 ‘다이쇼(大正) 말기부터 쇼와(昭和) 초기에 걸쳐있는 전형적인 신여성의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인습적 정조 관념이 없는 여성의 변태성욕적 연애’를 뜻하는 ‘나오미즘’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그녀의 애인인 28세의 엔지니어 조지는 나오미의 이 ‘새로운’ 아름다움 앞에서 오로지 자신을 끝없이 희생하고 여자를 떠받드는 ‘치인의 사랑’으로 봉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작품들에서도 다니자키는 당대에 유행하던 자연주의에서 벗어나 현란한 문체로 여체를 찬미하고 변태성욕의 세계를 파헤치며 악마적 예술지상주의에 탐닉했다.
작가가 이혼과 재혼을 되풀이할 때마다 아내와 처가 여성들은 그의 숭배 대상이 되며 등장 인물들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만년에 쓴 ‘미치광이 노인’(1962)에서는 수족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이 며느리에 대해 품는 기괴한 욕정이 그려진다. 다니자키는 일본의 11세기 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현대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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