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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53)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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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53) 개선문

입력
200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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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 파리 에투알 광장에 개선문이 들어섰다. 높이 49m, 너비 45m의 이 개선문은 1806년 나폴레옹 1세가 프랑스군의 연전연승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을 지시했다.고전주의 건축가 샬그랭(1739~1811)의 설계로 착공한 이 대형 건조물은 설계자가 얼마 뒤 죽고 황제도 실각해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여러 건축가ㆍ조각가들의 자잘한 손길을 거쳐 7월 혁명 이듬해에야 완성됐다.

다리 부분을 장식한 조각 장식 가운데 뤼드(1784~1855)의 ‘라 마르세예즈’가 특히 유명하다. 뒷날 아치의 중앙 아래에 제1차 세계대전의 무명 용사 묘비가 세워져 1년 365일 내내 불을 밝히고 있다.

개선문은 파리의 대표적 명물 가운데 하나지만, 특히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장편소설 ‘개선문’(1946)을 통해 문학사로도 편입되었다.

베를린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나치에 쫓겨 파리 뒷골목에서 무면허 외과 의사 노릇을 하는 주인공 라비크는 망명지에서 떠돌이들과 어울리며 짙은 허무의 나날을 보낸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자 불법 입국자로서 파리에 더 머물 수 없게 된 그는 어두운 밤 개선문을 뒤로 하고 사라진다.

‘개선문’은 그 전부터 유명했던 파리의 개선문만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 라비크가 즐겨마신 사과 브랜디 칼바도스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개선문은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군주나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문이다. 개선문이 큰 유행을 탄 것은 고대 로마시대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에서 보듯, 아치형 통로인 공랑(拱廊)에 기둥을 배치해 조각으로 장식하는 것이 개선문의 일반적 형식이다. 파리 개선문이나 도리스식 원기둥을 배열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을 포함해 개선문들은 대개 로마 시대에 확립된 얼개를 따르고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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