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관록의 설욕이냐 작고한 남편 후광이냐“3선 의원 출신이 보궐선거에서도 떨어지면 무슨 창피냐?” “작고한 남편을 이어서 부인이 출마했다면서요?”
28일 민주당 고 심규섭(沈奎燮) 의원의 작고로 8ㆍ8 보선이 치러지는 경기 안성 터미널 근처 시장. 사람들은 더위에 허덕이면서도 나름대로 한나라당 이해구(李海龜) 후보와 민주당 김선미(金善美) 후보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다.
경기 광명에 이어 ‘제2의 성(性) 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는 안성 보선의 전선은 ‘3선 의원의 설욕전’과 ‘작고한 심 의원 부인의 지역구 수성’ 구도로 형성돼 있다.
농촌 지역으로 보수성이 강한 경기 안성은 13, 14, 15대 때 모두 한나라당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줬을 만큼 한나라당 우세지역이었다.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이변에 속했다. 이번 보선에서도 경륜과 관록을 앞세운 이 후보가 일단 기선을 잡고 있다.
그러나 40대 여성인 민주당 김선미 후보는 작고한 남편의 후광 외에 ‘구시대 정치인이냐 새로운 정치인이냐’ 라는 구호로 대립각을 세워 이 후보의 약점을 파고 들고 있다.
인지동 동물병원에서 바둑을 두던 우준기(40)씨는 “이 후보는 지난 16대 때 너무 안일하게 있다가 낙선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주 열심히 뛰고 있는 것 같다”며 이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우씨는 “김 후보의 젊고 참신한 이미지는 젊은 세대에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종호(57)씨도 “여자들 사이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동정론도 상당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인지도 차이는 확연했다. 안성시청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곽영옥(26)씨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김 후보는 특히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안성에서 발생했던 구제역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늘 파동의 여파도 감지됐다. 서인동 로터리 근처에서 만난 박모(65ㆍ농업)씨는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누가 될 것인지는 뻔하지 않냐”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옆에 서있던 조윤택(43)씨는 “좀도둑도 나쁘지만 큰 도둑을 막아야 한다”며 “이제는 섬세한 여성이 정치를 맡아야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깨끗한 정치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김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 조광동 기획실장은 “경륜 면에서는 정치 신인인 김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존 기반이 있는 만큼 경제 비전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비해 김 후보 측 조현욱 보좌관은 “11개 면 지역을 전부 돌며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며 “대중적이고 생활밀착형의 이미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성초등학교에서의 합동연설회는 더운날씨에도 3,000여병의 관중이몰려 35%정도의 투표율을 상정했던 두후보측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후보측이 먼저 연설을 한뒤 김후보측이 나섰을때도 관중들이 빠지지않자 김후보측은 "양측 동원이래야 2,000명 정도일 것" 이라며 "50~60대 주민들이 여성후보인 김후보를 보러 일부러 나온것 아니냐" 라고 은근히 기대를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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