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고리 대출’의 성격이 짙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장사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들어 전문계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전문 카드사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 ‘금리 역전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계 카드사들도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씨계열 12개 회원은행들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모두 46조7,6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신용카드 총 취급액 70조원의 63%에 달하는 규모다.
한편 이들 은행들이 고객에게 카드대출(현금서비스)을 해주면서 챙기는 수수료는 전문계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은행계 카드의 금리가 싸다’는 통념이 사라지고 있다.
7월 현재 비씨계열 은행들의 현금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은 21.32%. 최근 카드부문을 분리한 우리은행의 경우 22.3%나 되고 조흥은행 21.58, 제일은행 21.6%, 하나은행 21.44%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문계 진영에서는 대표적인 재벌계 카드사인 삼성카드가 상반기부터 수수료율을 20.6%로 낮춘 상태여서 대다수 은행계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LG, 국민, 외환 등 다른 전문계 카드사들도 내달부터 평균 수수료율을 19%대 중반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식발표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현 수준을 고수할 경우 수수료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현금서비스 비중이 높다 보니 부실 증가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흥은행은 6월말 현재 신용카드 부문 총 연체율이 5월말에 비해 1.20%포인트 높은 10.90%에 달했고 한 달 이상 장기 연체한 비율도 5.89%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한미은행도 총 연체율이 0.63%포인트나 뛰며 7.89%로 올라섰고 신한은행에서 분사한 신한카드는 총 연체율과 한 달 이상 연체율이 각각 1.54%포인트, 0.63%포인트 상승한 10.03%와 4.91%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은 은행계정 조달 이자율이 3~4% 수준이므로 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전업계 카드사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한 우위에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현금서비스 비중을 늘리고, 계속해서 높은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고리대금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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