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는 '더 높이 더 빨리 경제부흥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의 평양발 르포 기사를 통해 물가와 임금 인상, 배급제 변경 등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변화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했다. 이 신문은 '일한 만큼 분배받는다", "건달꾼은 허용될 수 없다" "더 이상 평균주의는 없다"는 등의 부제를 달아 경제 개혁의 의도와 배경을 북한 밖으로 전하고 있다. 조선신보의 취재기를 요약 소개한다.조선에서 경제관리 방법의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집행되어 경제의 모든 부문, 단위들에 창조와 변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한 달 생활비를 미리 계산하고 절약하기 위해 지혜를 짜낸다.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많이 벌면 그에 따른 분배를 하고 있다. 개선의 방향은 사회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가장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경제관리 방법을 해결하는 것이다.
▲평균주의 청산=공장, 기업소의 책임 일꾼들은 경영 활동을 더욱 엄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종전의 '노력일에 의한 평가방법'이 '수입의 의한 평가방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에 공짜는 없다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평양기초식품공장의 공장장 홍영길(63)씨는 "이제는 위에 손을 내미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자그마한 일을 하면서 큰 보수를 바라는 건달꾼을 쓸어버려야 한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내가 절약해 많은 이익을 내 공장 종업원들 모두가 골고루 나눠먹은 셈이다. 이제는 그런 걸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 값대로 계산=최대의 실리를 보장하려면 가격의 설정이 적절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민생활의 많은 부분이 나라의 부담에 의한 사회적 시책에 의해 마련됐다. 쌀 공급이 대표적이다. 나라가 농민등에게서 쌀을 kg당 80전으로 수매받아 인민에게 8전에 팔았다. 이런 시책은 인민 생활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으나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 등 최근 변화된 환경으로 인해 나라의 재정부담에 의존하는 경제 사업에 장애를 가져왔다.
국가가격제정국 관계자들은 "1990년대 후반 경제적 시련기에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며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물을 제 가치대로 다 계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 생활비에 따라 임금 결정= 새 가격은 기본 식량인 쌀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고, 새 쌀 가격은 오늘의 현실에 맞게 정했다.
물과 전기, 비료 등 투입 자금을 계산해 생산 원가를 도출했다. 국제 시장가격과 국내의 수요.공급도 고려했다. 나라의 수매 가격은 40원, 식량판매소의 판매 가격은 44원이다. 쌀과 주택비 지불 등 새 가격에 따라 근로자들이 생활을 꾸리는 데 필요한 몫을 계산하고 임금 액수를 정했다. 생산 노동자의 기본 임금은 11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됐다. 임금 결정에는 생산자 우대정책을 적용했다. 광부의 기본임금은 6,000원이 기준이다.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는 사회주의 분배 원칙을 실생활에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사회주의 원칙 아래 개혁= 자본주의 언론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경제 도입의 징조'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국가가격제정국 관계자들은 "사회주의 원리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사람들의 변설"이라고 일축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화폐에 의한 유통의 형태를 취해도 그것은 생산수단의 전인민적 소유에 기초한 계획경제의 테두리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앞으로 생산외 활성화해도 공급자가 멋대로 가격을 정할 수는 없다. 가격은 철저히 중앙과 지방행정 단위에서 조절하도록 하는 체계가 세워져 있다.
'시장의 원리'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는 일은 없다. 놀아도 살아갈 수 있는 평균주의, 이에 따른 일할 의욕의 상실, 물자 부족으로 가능하지 않은 배급제도. 왜곡된 사회주의 이미지를 깨는 역사적 변혁이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김승일기자
◆조선신보-조총련 기관지 北입장 대외선전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이 대외에 자신들의 입장을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자주 사용되는 매체이다. 북한에 대한 외국의 식량지원 및 분배 상황 등 비교적 객관적인 통계나 현지 실정이 소개돼 북한 연구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신문이다. 주 3회 발행된다. 최근 들어 조선신보는 기자들을 몇 개월 단위로 평양에 파견해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소개하는 르포성 기사나 북한의 정책을 조총련 재일동포들에게 설명하는 해설기사 등을 활발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 잡지는 월드컵 때 한국팀의 선전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등 체육 문화 예술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는 한국 소식 보도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정리=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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