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서울증시에서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내다팔며 이 매도자금을 달러로 바꾸는 바람에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널뛰기하고 있다.26일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무려 3,337억원을 순매도, 주가 7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매도액은 3월14일(3,643억원)에 이어 연중 두번째로 컸다.
■펀드 환매 압력이 매도 원인
외국인은 최근 9거래일간 모두 9,629억원 어치를 팔았다. 특히 25일 뉴욕증시가 급등했는 데도 현물(1,453억원)과 선물(5,251계약)을 동반 매도, 본격적인 ‘셀코리아’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9일 이상 이어진 것은 4월23일부터 10일간 1조3,553억원을 판 이후 처음이다.
대신증권은 외국인 매도 배경에 대해 “미 증시 불안에 따라 미국내 뮤추얼펀드의 환매 요구가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제 증시자금 조사기관인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 주 미국 내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이탈자금은 205억 달러로, 10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금 이탈 규모도 최근 3주간 59억 달러, 193억 달러, 205억 달러로 갈수록 확대되는 모습이다.
달러 하락도 외국인 매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환율 하락속도가 다소 완화되자 이익실현에 나섰다는 얘기.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현재 주가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저앉은 반면, 외국인의 달러환산 시가총액은 연초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면서 “외국인들이 일부 물량의 환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도공세 당분간 계속될 듯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교보증권은 “최근 뮤추얼펀드의 환매 규모가 상당히 크고 경기 모멘텀마저 둔화하고 있어 상당기간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증권 허경량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자금 유출은 한국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등 이머징마켓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MSCI 한국지수는 연초 대비 13.37% 상승한 반면 달러화 기준으론 26.94%나 상승, 한국이 뮤추얼펀드의 환매 압력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수급여건도 좋지 않다. 고객예탁금이 연일 빠져나가고 있고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700포인트 지지선이 의심받을 경우 투자심리 위축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25, 26일 이틀간 SK텔레콤의 교환사채(EB) 발행과 관련, 가격조절을 위한 매도분이 2,000억원 이상 나온 것으로 추정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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