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과 고 수가 각각 주연을 맡은 MBC TV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극본 인정옥, 연출 박성수)와 SBS TV 드라마스페셜 ‘순수의 시대’(극본 이정선, 연출 김종혁).수ㆍ목 드라마인데다 3일 똑같이 출발선을 떠나면서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놓였다. 예쁘고 부유하고 착하기까지 한 여자와 소매치기 전과 2범의 시한부 인생인 남자의 사랑(‘네 멋대로 해라’)이나 친구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순수의 시대’) 모두 통속적인 소재이기는 마찬가지.
때문에 드라마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스타 파워에서 고 수가 일단 효력을 발휘했다.
3일 첫방송에서 ‘순수의 시대’가 17.4%의 시청률을, ‘네 멋대로 해라’는 15.3%를 기록한 이후 초반에는 ‘순수의 시대’가 2~3% 포인트 차이를 유지하며 앞서나가는 듯했다. ‘네 멋대로 해라’에 비해 ‘순수의 시대’에 10, 20대 여성이 몰렸기 때문.
30대 여성만 하더라도 ‘순수의 시대’(11.4%)보다는 ‘네 멋대로 해라’(12.4%)를 선호했으나 10, 20대 여성은 되풀이되는 고 수의 가슴시린 사랑에 공감하며 ‘네 멋대로 해라’(5.0%, 7.5%)보다는 ‘순수의 시대’(8.2%, 10.4%)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25일에는 ‘네 멋대로 해라’가 시청률 17.0%로 ‘순수의 시대’(16.4%)를 앞질렀다. 통속적인 듯하면서도 통속적이지 않은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네 멋대로 해라’의 뒷심.
‘네 멋대로 해라’는 시한부라는 삶이라는 점은 통속적이지만 내용에서는 일반인의 통념과 다른 것이 통속성을 배반한다.
시청자의 공통적인 평가는 “코믹하면서도 슬픈 드라마”라는 것. 그 전략의 핵심은 양동근이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동근과 이나영의 조합에다가 시한부의 삶이라는 멍에를 지는 쪽은 예쁘고 청순해보이는 이나영이 아니라 투박한 생김새의 양동근.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도 특이하다. “왜 뛰어다니고 그래요, 숨차게. 아침 먹었어요? 안 먹었죠. … 경이씨, 내 말 잘 들어요. 아침 꼭 먹어요. 아침 안 먹으면 빨리 늙어요. … 점심도 거르지 마요.” 끼니를 챙겨주는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말 한마디가 양동근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반면 ‘순수의 시대’는 “그 말이나 한번 해보는 건데. 7년을 썩어 문드러지게 가슴에 품었던 그 말. … 널 잊지 못할 거라고. 사랑할 거라고”라는 고 수의 독백 만큼이나 직설적이고 상투적이다.
고 수와 김민희 같은 미남미녀의 조합, 사랑을 시작하고 친구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번민하고 친구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사랑을 시기하는 이가 등장하는 등 공식에 충실하다.
초반에 보여줄 만한 것은 모두 노출시킨 탓에 “우연을 남발한다”(김미정)는 비판을 새겨들어야할 시점이다.
주철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고수는 대중의 통념에 충실한 스타라면 양동근은 기대를 배반하는, 낯설게하기의 매력이 있는 신세대적 스타”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드라마 자체를 평가하는 데 스타의 파워는 생각만큼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와 ‘순수의 시대’의 태석은 양동근과 고수 그 자체가 아니라 두 연기자가 만들어내는 피조물이다. 그 피조물에게서 얼마나 사람다움이 느껴지는가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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