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자유인/제프리 메이어스 지음ㆍ이진준 옮김/책세상 발행ㆍ전2권 각권 1만8,000원, 2만원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혹한 현실에 결연히 맞섰다가 패배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힘차게 묘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그는 종군기자로 활약하고 노벨상까지 수상한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으나 마침내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이기도 했다.
전기 작가 제프리 메이어스의 ‘헤밍웨이’(원제 Hemingway A Biography)는 이러한 헤밍웨이의 열정적이고도 굴곡있는 삶을 짜임새 있게 그려낸 평전이다. 저자는 FBI 파일 등 미발굴 자료와 헤밍웨이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뭉치였던 유년시절, 어머니와의 대립과 갈등, 네 차례의 참전, 다른 작가들과의 격렬했던 논쟁, 여성편력, 권총자살 등으로 이어지는 헤밍웨이의 일생을 생생히 구현해낸다. 1985년 미국에서 출간돼 헤밍웨이 평전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헤밍웨이의 일생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는 군인다운 용기, 이기적인 여자, 자살 등 세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헤밍웨이가 사냥과 투우를 즐기고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프랑스 전쟁 등에 참전한 것은 군인이었던 조부와 외조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헤밍웨이가 자신과 헤어진 연인들을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라고 매몰차게 비난한 것은 자기를 길들이려고만 했던 어머니와의 갈등에서 형성된 심리적 편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오후의 죽음’‘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서 자살이라는 주제를 논했고, 자신도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말년에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자살을 목도한 뒤부터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자살은 헤밍웨이 작품에서 필연적인 주제가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헤밍웨이가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키플링 등 유명 작가와 나눈 교유와 특유의 문체를 확립해간 과정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무기여 잘 있거라’ ‘해는 다시 떠오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등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여 주인공의 모델은 헤밍웨이가 사랑에 빠졌던 연인들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