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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일기/아이 마음속으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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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일기/아이 마음속으로 여행

입력
200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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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방학에 돌입한 것이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집에 남겨진 아이들 걱정 때문에, 집에 있는 엄마들은 하루종일 아이들과 티격태격, 밤이면 녹초가 된다.그래도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면 몸만 고달프면 된다. 초등학교 5~6학년만 되면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초등 6학년짜리 우리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만 두시간째인데 같은 반 친구는 중3 수학을 풀고 있단다.

조간신문에는 ‘당신은 초등학교 6학년의 어머니이십니까, 그런데도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계시나요’ 운운하는 협박성 학원 광고가 가득이다.

외국어고등학교에 가려면 중학교 1~2학년때 토플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둥, 강남에선 1~2년 앞서가는 선행학습은 기본이라는 둥, 엄마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유언비어는 끝도 없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붙들어 앉히고 구구절절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설교하다가 함께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중학교 1학년 문제집부터 사기로 했다.

수학과 국어문제집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넣고 나서 아이가 조심스럽게 다른 책 하나 더 사도 되느냐고 묻는다.

아이가 선택한 책은? 놀랍게도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이었다. 어머나, 이 아이가 불행하다는 얘긴가? 이렇게 자기 교육에 열심인 엄마옆에서?

이유를 묻자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엄마가 한번 읽었으면 해서 란다. 이렇게 해서 손에 들어온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최면을 걸어주는 법, 아이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나 나는 내 아이를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자신만의 독특한 내면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 이번 여름방학에는 내 아이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첫째와 여섯살 터울이 지는 둘째로서 언제나 나에게는 조그만 아기였던 이 아이의 성장을 인정하기로 하자.

키가 안 큰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키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들여다 보기로 하자.

마음을 느긋하게 먹자 이번에는 히딩크가 생각났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무엇이던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 목표를 세웠으면 주변의 어떤 잡음에도 흔들리지 말라는 것, 선수들은 자기를 끝까지 믿어주는 감독에게 보답한다는 것 등이 아니었던가.

공부 잘하는 아이에 앞서 행복한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내 아이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엔 행복한 사람만이 히딩크식 어퍼컷을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이덕규ㆍ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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