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마르시아스 심(42)씨가 연극에 출연한다.심씨는 자신의 소설 ‘병돌씨의 어느날’을 각색한 연극 ‘주식회사 무통대변’에서 의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나’와 극단 ‘감동광산’이 기획ㆍ제작한 ‘주식회사 무통대변’은 8월1일부터 9월8일까지 대학로 아우내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병돌씨의 어느날’은 심씨의 첫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문학동네 발행)에 실린 단편소설. 과학기술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에 남의 똥을 대신 누어주는 ‘대변(代便)회사’를 배경으로 삼은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대변회사’는 고객이 변의를 느끼면 직원들이 대신 변을 누어주는 곳으로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고된 현실에 지쳐 상경한 주인공 병돌씨가 이 회사에 취직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고시공부를 하는 아들과 봉제공장에 다니는 딸을 뒷바라지하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극심한 대변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병돌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주식회사 무통대변’은 있는 자와 없는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심씨는 흔쾌히 허락했고, 자신이 직접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심씨는 제작진과 상의한 끝에 대변회사의 직원들에게 침을 놔주는 의사로 특별 출연하기로 했다.
출연 날짜와 횟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심씨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묘사한 ‘병돌씨의 어느날’에는 연극적 요소가 풍부하다”면서 “소설 창작 때문에 연극에 고정 출연하기는 힘들겠지만, 의미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씨는 연극 출연을 위해 연기 수업을 받고 있으며, 고향인 강원도에서의 순회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연출자인 신철진씨는 “원작을 읽으면서 배를 잡고 웃다가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면서 “심씨는 끼가 많은 작가인 만큼 무대에서도 배우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원작의 사회 풍자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고엽제 문제, 정치권의 혼란스런 분위기 등을 첨가했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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