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자동차의 1년간 유지비에서 세금의 비중은 더 많은 약 80%를 차지한다.
이렇게 휘발유를 포함해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전체 세수 122조3,800억원 중 20조8,827억원으로 17.1%나 된다.
이런데도 환경부가 내년부터 휘발유, LPG차량에 연 8만~1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세금징수의 편의성만 생각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휘발유 1ℓ에 세금 862원
소비자가격이 ℓ당 1,300원 안팎인 휘발유의 공장도 가격은 1,200원대 수준이다. 여기에 세금은 7월 기준으로 교통세 교육세 부가세 등 무려 862.68원이 붙어 있다.
세금을 제외한 원래 가격은 352~354원에 불과하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많은 것은 정부가 환란 직후 에너지 소비억제를 이유로 교통세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98년 인상된 교통세(350.4원)만 아니라면 현재 휘발유값은 ℓ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무엇을 위한 세금인가
교통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는 줄지 않아 그 명분이 무색해진 가운데 교통세는 손쉬운 세수확보 수단으로 바뀌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금비중은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이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비산유국의 평균치 63.9%보다도 높은 66.2%다.
■자동차세 12종류, 4억원 아파트 보다 많은 세금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은 준조세 성격인 공채를 포함해 12종류나 된다. 취득ㆍ보유 과정에 특소세 등록세 부가세 등 8종류가, 운행과정에는 자동차세 교통세 주행세 등 4종류의 세금이 붙어 있다.
이중 8개는 세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다중부과이고, 취득세 등록세처럼 과세취지가 유사한 성격의 세금도 있다.
자동차 메이커측은 “복잡한 세금체계로 인해 내수ㆍ수출용의 이원화 개발이 불가피하고, 결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7종류,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4~6종류에 불과하고, 세액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부동산과의 과세 형평을 비교할 때 소형차 조차 수억원대 아파트와 비슷한 세금을 내고 있다.
1년간 중형차에 부과되는 세금 35만9,000원(세율 3.4%)은 시가 4억원하는 40평형 아파트의 소유자가 내는 세금 24만6,000원(0.06%)보다 더 많다.
전체 세수에서 17.1%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분(휘발유포함) 세금 비중은 4.0%인 미국은 물론 10.6%인 일본 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소형차를 구입해 1년간 운행할 경우 세부담(휘발유 세금 포함)은 343만원으로 일본(208만원)과 독일(213만원)의 1.6배, 미국(69만원)의 5배나 된다.
이들 나라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차이를 감안할 때 한국의 소비자들은 4.3~18배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태규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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