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을 잡아먹다?’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중견 제지업체 세풍의 경영권이 연매출 100억원대의 인터넷 벤처기업에 넘어가게 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세풍은 지난해 매출 1,892억원, 당기순이익 1,186억원을 기록한 제지업계의 대표주자. 매출 규모만 놓고 볼 때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꼬마한테 거인이 잡아 먹히는 꼴이다.
세풍의 주채권은행은 조흥은행은 25일 세풍의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우엘인베스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우엘인베스트 컨소시엄에는 두우엘기업구조조정 투자조합과 코스닥 등록기업인 버추얼텍, KDN스마텍 등이 참여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이 컨소시엄의 최대 지분보유자는 코스닥 여성CEO 1호 서지현(徐知賢ㆍ사진)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솔루션업체 버추얼텍.
이 회사는 컨소시엄으로 넘어가게 될 채권단 지분 83% 가운데 32%와 향후 세풍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지분 및 경영권 인수 자금은 14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청산가치만 1,800억원(매각주간사 ABN암로 추정치)에 달하는 대기업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집어 삼키는 셈이다.
외관상 두 회사 사이에 닮은꼴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를 개척해 온 정보기술(IT) 벤처와 전통적인 장치산업 간의 짝짓기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더욱이 버추얼텍은 ‘종이 없는 사무실’을 표방하는 기업용 그룹웨어로 성장해 온 회사인 반면 세풍은 연간 26만톤의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종이’제조업체라는 점도 특이하다.
이에 대해 버추얼텍은 “전통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IT 부문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다지기 위한 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접목할 경우 제지업종을 첨단산업 못지않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첨단과 굴뚝산업을 접목하는 실험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형섭기자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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