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을 어쩔 것인가. 200만섬을 사료로 가공해 짐승에게 먹이고, 200만섬은 가난한 나라에 무상으로 원조하면 문제는 끝나는가.농민들의 땀과 정성의 결정체인 쌀을 그냥 버리는 것도 아니고, 많은 가공비와 운송비를 들여 그렇게 처분하면, 앞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지는가.
지금 넘쳐나는 쌀은 그렇게 내버린다 치고, 올 가을 추수 이후 창고에 쌓일 여분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짐승에게 먹이고 무상원조 하는데 돈을 들일 것인가.
■쌀 문제에 관한 이런 의문들에 아무런 해답도 논의도 없다. 대풍이 들었던 작년 가을 정부는 쌀이 남아 큰일이라고 떠들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쌀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려 문제를 풀겠다며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집권당과 정책협의도 하고, 각계각층 전문가로 구성된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도 만들었다.
휴경(休耕)보상제를 도입하고 여러 가지 세제지원을 통해 쌀 식품업을 육성하겠다는 대책도 제시되었다. 형식적인 소비촉진 운동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된 일이 없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 가공 식품업체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던 약속은 슬그머니 철회되었다.
관련법령 개정안을 만들었으나 업자들이 중국산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백지화해버린 것이다.
쌀 칼국수를 개발한 업자가 정부미를 사려고 해도 개인에게는 팔지도 않는다.
수입 밀가루에 의존하는 분식장려, 쌀값보다 비싸게 먹히는 혼식장려 등 쌀 소비 저해시책이 버젓이 살아 있으니 쌀 소비 촉진이란 헛구호일 뿐이다.
■우리와 같은 병을 앓고있는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쌀 소비 촉진운동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 쌀 소비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휴경보상 제도를 정착시키고 식량청 예산의 40%를 쌀 소비 지원과 홍보에 쏟아 부었다. 쌀 가공식품업체에는 정부 비축미를 개발용으로 무상지원 했다.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올 가을이면 쌀은 또 적정 보유량의 두 배인 1,300만섬을 넘어가게 되고, 쌀 시장이 개방되는 2004년 이후부터는 더 악화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으니 누굴 믿어야 하나.
문창재 논설위원실장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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