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대금업체가 국내 사금융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특히 서울은행 등 일부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일본계 대금업체에게 대출용 영업자금을 제공, 국내 영업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현재 A&O인터내셔날,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 파트너크레디트 등 11개 일본계 대금업체의 대출금 잔액은 총 8,814억원으로 지난해말(5,023억원)에 비해 6개월 동안 75.1%나 늘어났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순익은 신용불량자 및 연체자들의 사채시장 이용 급증에 힘입어 2000년 175억원에서 지난해 707억원으로 304.1%나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 한해 흑자규모와 비슷한 64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연말까지 대규모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계 대금업체는 1998년 A&O인터내셔날이 국내에서 영업을 처음 시작한 이래 2001년 5개, 올 상반기 2개 등 총 13개사로 늘어났다. 이중 청남파이낸스, 캐쉬웰자산관리 등 2개사는 영업정지 상태다.
문제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일본계 대금업체에 경쟁적으로 10%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이를 ‘종잣돈’으로 연간 88~144%의 고금리와 부당채권추심행위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
이는 상반기 금감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사채업자의 부당채권추심 행위 534건중 일본계 대금업체가 253건(47.4%)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은 국내외 은행 등 40개 제도권 금융기관이 11개 일본대금업체에 빌려준 영업용 자금 규모를 3,3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서울은행, ING베어링등 국내외 은행들도 400억원이나 대출해줬으며, 군소 할부금융사, 상호저축은행 등도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금감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은행 등이 일본계 대금업체에 영업자금을 대주는 것은 대출시장의 일부를 포기하는 행위로 향후 영업기반의 잠식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A&O 인터내셔날, 프로그레스 등 6개 업체는 계열관계로 추정돼 한곳이 부실화할 경우 이들 업체에 대출해준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 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동일인여신한도제 도입 등 대책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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