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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제도 개선을"

입력
20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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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보유자 지정 제도 및 운영 실태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지난달 무형문화재 97호 도살풀이춤 보유자 심사에서 탈락한 최모씨는 보유자로 지정예고된 전수조교 2명의 춤이 고(故) 김숙자류 도살풀이 원형과 다르며 자신이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씨와 주변인들은 문화재청에 이의신청을 내는 한편, 인터넷 등을 통해 비리 의혹을 제기해 급기야 검찰이 내사에 나섰다.

또 목조각장(108호) 보유자인 허모씨는 올해 초 같은 분야 보유자로 지정예고된 이모씨가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을 인터넷 등에 퍼뜨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허씨와 싸움이 붙은 문화재청의 담당서기관이 허씨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문책인사를 당하고, 인간문화재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무형문화재는 108개 종목에 보유자 222명이 지정돼있다. 신규 종목 지정은 지방자치단체나 개인의 신청을 받아 2인 이상 전문가의 사전심사를 거친 뒤 문화재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보유자 추가 지정은 전수조교가 1순위 대상인데 기량이 떨어질 경우 다른 후보자를 발굴해 사전심사를 거쳐 문화재위에서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불거진 잡음은 이 제도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보유자로 지정되면 매달 지원금(90만원)이나 전승활동비(지원비의 절반)를 받을 뿐 아니라, ‘상품가치’도 치솟는다.

보유자 지정에서 탈락하면 문하생이 급감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든 보유자로 지정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더욱이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던 1세대 보유자들이 별세해 세대교체기에 접어들면서 엇비슷한 기량의 문하생들이 경쟁을 하다 보니 잡음이 따르고 지정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전통문화인은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전통문화인 대부분은 항간에 떠도는 금품로비, 연줄심사 등 의혹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보유자 지정 권한을 쥔 문화재위 4분과 위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전문가 2~3명이 사전심사를 한다지만, 개별 종목의 원형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기록작업이 미흡해 원형 왜곡 및 편파심사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문화재위 4분과위원장인 심우성 공주민족극박물관장은 “문화재계가 난장판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당분간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무형문화재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대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은 “이 제도가 초창기에는 전통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됐지만 최근에는 예술인들이 기량 연마보다 보유자 지정을 받기 위해 ‘정치’를 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면서 “가야금 판소리 등 그냥 둬도 전승이 잘 되는 분야는 제외하는 등 엄격한 운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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