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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파문…여전한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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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파문…여전한 의문점

입력
200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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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마늘 협상의 부속합의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정에도 불구하고 누가 공개하지 않도록 지시했는지,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정말 몰랐는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누락의 책임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협상을 총괄했던 한덕수(韓悳洙) 전 경제수석은 19일 퇴임 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 총괄자인 한 전 수석이 ‘세이프 가드’ 연장 불가 합의, 발표 누락 등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실제 통상교섭본부장의 지시 없이 부속합의서가 발표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발표 누락의 의도성 여부도 중요한 대목이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당시 초점은 중국이 5억 달러의 우리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한 것과, 우리가 중국 마늘에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연장 불가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외교부는 “당시에는 3년간 세이프 가드를 적용한 것만도 성과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다”고 항변한다. 의도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교부가 파장을 알면서 부속합의서를 공개하지 않은 데는 ‘협상 성과가 훼손될 수 있다’는 내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부처의 인지 여부

첨예한 논쟁 중 하나가 농림부 등 다른 부처가 세이프 가드의 연장 불가를 알았느냐 여부이다. 한 전 수석은 “협상 과정에서 관계 부처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졌고 협상 결과를 농림부 등에 다 알렸다”고 설명했다. 농림부 등이 다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 장관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김 전 장관이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며 한 전 수석의 말을 부인한 대목은 한 전 수석의 “관계부처간 협의’ 부분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농림부가 협상 과정과 이후에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를 몰랐느냐이다.

외교부는 마늘 협상 대표단에 농림부, 산자부, 재경부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상식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그러나 협상에 참여했던 권은오(權垠五) 당시 농림부 채소특작과장, 김동선(金東善) 당시 산자부 수출과장, 우주하(禹周河) 당시 재경부 산업관세과장은 “몰랐다”고 말한다.

권 과장 등은 “협상 중 본문에 연장 불가가 삽입된 것을 보고 본부 훈령을 받아 이를 빼도록 했다”면서 “그 이후 협상은 수석대표인 최종화(崔鍾華) 당시 외교부 지역통상국장이 주도해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협상 후에도 마찬가지 논쟁이 있다. 외교부가 농림부 등에 본문과 부속합의서를 함께 보낸 것은 확인됐다. 그러나 농림부는 “외교부가 부속합의서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그것이 연장 불가를 의미하는 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능하다는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발표 누락에 동참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종 보고 어디까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본문만이 있었고 부속합의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제수석인 이기호(李起浩) 특보도 “본문만 보고됐다”고 말했다. 김성훈 전 장관, 이 특보 등의 언급으로 미루어 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나 이 특보가 최소한 ‘연장이 어렵다’는 감은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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