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아니라 돈 먹는 기계예요.”동북아의 또 다른 허브(Hubㆍ중추)공항이라는 꿈을 안고 올 4월 문을 연 강원 양양국제공항. 항공기 이착륙료, 계류장 사용료 등 각종 수입을 모두 합해도 한달간 벌어들이는 돈이 2,500만원선에 불과하다.
양양공항에 부과된 6월치 전기요금은 3,500만원. 여기에 시설유지비 청소ㆍ경비용역비 등을 지불하려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월 2억여원이 필요하다. 수지타산은 커녕 전기료도 못 버는 셈이다.
■수천억 투입에 공항은 썰렁
이뿐이 아니다. 이용객 절대부족으로 유일한 국제노선이었던 양양~상하이 전세기 노선 운항을 이달초 중단했다.
국내선도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 김포 등 하루 7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만 탑승률은 40%선에 불과해 운항여객기들은 늘 썰렁하다.
이 공항 관계자는 “3,567억원의 건설비가 투입됐지만 최근 3개월간 이용객이 7만명 정도(연간 처리능력 193만명)였다”며 “최신식 시설들을 대하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방공항들이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하고 있다. 3,567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상당수가 ‘공항’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이용객이 적고 미래도 불투명해 국민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충청 지역발전이란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1997년 4월 개항한 청주공항(건설비 3,200억원)도 마찬가지. 누적적자가 벌써 200억원을 넘고 있다.
이용객도 양양공항 보다는 많지만 ‘파리 날리기’는 진배없다. 지난해 하루 이용객이 1,000명 안팎(연간 처리능력 299만명)에 그쳐 5년째 개점휴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공항 또 건설’ 과잉투자 논란
이 와중에 정부가 ‘인프라구축’ ‘장기비전’을 앞세워 지방공항을 더 짓겠다고 나서 과잉투자 시비가 일고 있다.
대통령공약사업이기도 한 무안국제공항과 경북 울진공항은 이미 착공, 2004년 개항할 예정이다. 또 전북 김제공항은 연내에 착공, 2007년 완공된다.
특히 3,164억원이 투입되는 무안공항은 승객처리능력이 청주공항의 1.6배(연 517만명)규모로 지어져 성공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잉투자 논란과 관련, 건설교통부는 “공항수요 예측은 최소 10년 단위”라며 “과잉투자가 아니라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국내 공항건설은 합리적인 수요예측에 따른 것이아니라 정치적인 고려와 판단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건설에 앞서 보다 객관적인 분석과 검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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