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부시는 닮은 꼴로 갈 것인가.전쟁에 성공하고도 경제에 발목이 잡혀 재선에 실패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워싱턴 정가에 퍼지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9일자)가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에서 승리한 후 치솟는 인기를 누리다 경제 문제로 인기가 떨어진 것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9ㆍ11 테러 직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경제 실정으로 최근 지지율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겨우 51%였다가 걸프전 발발 이후 무려 89%까지 치솟았다가 대선이 본격화한 1992년 8월에는 29%로 급락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 57%의 지지율을 기록하다 9ㆍ11 테러 직후인 지난해 9월에는 건국 이래 최고치인 90%까지 급상승했다가 최근에는 77%까지 낮아지는 등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인기도의 경우 일단 하강곡선에 접어들면 반전이 쉽지 않은 전례를 들어 머지않아 50% 이하로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도 부자 간에 상당히 닮은 꼴로 이어지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주식 시세는 다우지수가 취임 초 2,291이었다가 점차 상승해 91년 말에는 2,914까지 오르는 등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소비자 신뢰지수는 취임 초 116이었다가 대선 직전에는 59로까지 급락했다.
또 실업률도 7.8%까지 치솟아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취임 초 1만 864였던 다우지수가 최근 들어서는 심리적 저지선인 8,000대 이하로까지 추락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특히 증시 붕괴와 속출하는 기업 회계비리, 거대기업 파산사태 등 경제분야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 부문에 대한 직무 수행도가 현격하게 하락하는 점이 전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뉴스위크의 지난 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기업 회계비리 스캔들을 적절히 처리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46%로 1주일 전 조사 때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또 부시 대통령의 기업 회계비리 스캔들 대처 방식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주일 사이에 7% 포인트가 늘어난 39%였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들이 기업가 출신 관료가 대거 포진한 부시 행정부가 친기업적 정책을 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측이 이를 집중 공략할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에게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감세 문제다. 부시 대통령은 여러 단계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감세 조치를 단행했지만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클린턴 행정부가 어렵사리 쌓아놓은 흑자 예산을 예상보다 더 빨리 갉아먹고 있어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취임 초의 지속적 감세정책 추진 공약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를 처지라는 게 중론이다.
부시 전 대통령도 1988년 선거과정에서 “감세정책에 관한한 내 입술을 믿으라”며 감세공약을 내걸어 선풍을 일으켰으나 취임 후 감세공약을 일부 수정하는 바람에 재선운동 때 “국민을 속였다”는 공격을 받아 수많은 표가 날아간 전력이 있다.
뉴스위크는 이같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자극받은 부시 대통령이 칼 로브 전 백악관정치고문과 함께 아버지의 재선 패인을 정밀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만병통치약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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