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이규택 총무가 23일 주요 당직자회의 석상에서 “민주당은 시종일관 우리 당 후보를 흠집 내고 흑색 선전하는, 일종의 빨치산 집단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이 총무는 즉시 “지리산 빨치산이 아니고 파티(partyㆍ정당)의 의미로 파티잔(partisan)”이라고 말머리를 돌렸지만 옹색하게 들린다. ‘파티잔’은 ‘도당’(徒黨)의 의미도 있지만 게릴라를 뜻하는 ‘빨치산’의 영어표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양상이 점차 과격해지면서 정치권의 고질적인 막말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민주당과 청와대를 겨냥해 ‘몽매정권’, ‘욕설병’, ‘조직폭력배의 두목’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쏟아냈다. 뒤질세라 민주당 인사들도 ‘원조 부패정권’, ‘양아치’, ‘마피아’ 등등 입에 담기도 거북한 저질 발언들로 응수하고 있다.
이런 판에 이 총무의 발언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총무는 원내 제1당 대표이자, 국회운영에 큰 책임이 있는 신분이다. 설령 동료나 후배의원이 그런 발언을 하더라도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말려야 할 처지이다.
늦게나마 이 총무가 사과를 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한 것은 다행스럽다. 이 총무는 4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원내 제 1당의 최고지도자가 된 지금은 과거와는 좀 달라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정치판이 국민의 지탄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정치의 품격은 정치인 스스로의 행동거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 정치권은 더 이상 볼썽사나운 언쟁을 지양하고 논리적인 대결을 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서로가 할 말, 못할 말의 한계만은 지키는 풍토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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