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명산지로 유명한 독일 라인가우지방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라인가우음악제는 올해 6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150개가 넘는 콘서트로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다.1988년 19개의 콘서트로 시작한 이 행사가 독일어권 최대의 음악제로 성장한 배경에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
라인가우음악제의 총감독 미하엘 헤르만에 따르면, 음악제 전체를 지원하는 아우디(자동차 회사) 등 3대 공식 후원사 외에 개별 콘서트 후원사가 매년 평균 120개쯤 된다.
이들 개미군단은 각각 하나씩 콘서트를 맡아 재정을 지원하고 60~120장씩 표를 사서 고객이나 직원에 선물하기도 한다.
그 보답으로 음악제측은 각 후원사에 좌석의 10%를 제공하고, 전단 등 각종 홍보물에 기업 로고를 박아준다.
기업은 광고 효과를 얻고, 음악제 측은 재정을 해결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다.
후원사라도 돈 내고 표를 사며 후원사용 초대권은 10%로 제한하는 것은, 돈 한 푼 안내고 후원사 명단에 이름만 끼워넣은 채 공짜표를 요구하거나, 협찬금만큼 고스란히 표를 가져가버리는 국내 기업의 얌체식 스폰서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유명한 신발회사 토니 가르트 후원으로 19일 저녁 열린 미국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작품연주회 때 일이다.
공연 시작에 앞서 무대에 올라온 이 회사 사장 발터 핑크는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음악이니 스티브 라이히에 대한 소개까지 막힘없이 말해 그저 돈 내고 행세하려는 기업인이 아니라 문화예술 애호가임을 보여줬다.
반면 전날 금호현악사중주단 연주회에서 만난 어떤 한국인 외교관은 악기 구분도 못해 “바이올린이 셋이군요” 라는 말로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라인가우음악제의 성대함은 기업과 예술의 행복한 결합에서 나온 결실이다. 거기에는 장사꾼의 계산이 전부가 아닌 그 이상의 것,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다.
요하니스베르크에서 오미환 문화부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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