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또 뽑는다는데 이 삼복더위에 누가 투표하러 가겠어요?" 22일 오후 서울 종로 명륜동에서 만난 50대의 식당 여주인은 선거는 아예 관심 밖이라는 표정이었다.비슷한 시각 한나라당은 종로구민회관에서, 민주당은 혜화초등학교에서 500명이 훨씬 넘는 당원을 동원한 가운데 내달 8일 치러지는 재선거 후보를 뽑는 지구당 대회를 요란하게 개최했다.
종로지역은 한나라당 박진(朴振) 후보와 민주당 유인태(柳寅泰) 후보의 선거사무실과 행사장 주변만 선거열기로 달아올랐을 뿐 다른 곳에선 선거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이날 새벽 삼청공원약수터에서 만난 김모씨(68ㆍ상업)는 "어제 아침에 공원에 나와 악수를 청하는 후보들을 보긴 했다"면서 "선거공보가 붙으면 모를까 아직은 별로 관심을 갖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각 당 행사장에 온 이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주부 김모(44ㆍ여)씨는"대통령 아들이 구속된 뒤 여론이 더 나빠졌다"며 "민주당은 아무리 후보가 좋아도 표를 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행사장에서 만난 정모(55ㆍ상업)씨는 "유인태 후보와는 혜화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며 "고생을 모르고 자란 부잣집 엘리트보다는 힘들게 살며 서민의 애환도 아는 유 후보가 낫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경기고 선후배지만 살아온 길은 전혀 다르다. 박 후보는 대학 재학 중 외시에 합격했고 이후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위를 따 영국에서 교수를 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유 후보는 대학시절 3선개헌 반대시위를 주도했고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는 등 민주화 운동의 험난한 역정을 밟아왔다.
두 사람 모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인연을 앞세워 "내가 진짜 종로토박이"라고 역설하지만 선거전략은 성장배경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박 후보는 "현정권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며 전문성, 참신함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 후보는 "한나라당의 귀족ㆍ특권주의를 부각시키며 정치개혁을 강조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중상류층이 밀집한 평창동 등 서부권에서, 유 후보는 서민층이 많이 사는 창신ㆍ숭인동 등 동부권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다. 명륜ㆍ혜화ㆍ종로1~6가 등은 혼전지역.
양측이 예상하는 당선권은 30~35%대의 투표율을 전제로 해서 2만2,000표 안팎. 박 후보측 임수택(林守澤) 상황실장은 "6ㆍ13 지방선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정인봉(鄭寅鳳) 전위원장의 조직을 고스란히 인수, 조직동요가 없는 우리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유 후보는 "단순 지지율보다는 누가 지지자들을 확실하게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개혁적인 서민이미지 등 흡인력에서 내가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이 곳에서 7년간이나 민주당 소속 구청장을 지낸 정흥진(鄭興鎭) 전 종로구청장의 무소속 출마 여부도 두 사람의 대결에 큰 변수로 꼽힌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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