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의 정치ㆍ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나라당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일가 비리 공격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소위 ‘5대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정면 충돌했다.8ㆍ8 재보선에서 부패 공세로 반(反)DJ 표를 결집하려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때리기’로 선거를 ‘노무현(盧武鉉) 대 이회창’ 구도로 몰아 가려는 민주당의 상반된 전략에서 비롯한 대결이다.
이에 따라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시종 상대당에 대한 원색 비난과 일방적 주장, 반박이 이어졌고 국무위원의 답변은 별 의미를 갖지 못했다.
주공격수로 나선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각각 이 후보의 전비서실장, 노 후보의 정무 특보라는 점도 공교로웠다.
맹 의원은 “대통령 아들과 친인척은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세청, 금감원 등 최고 권력기관을 떡 주무르듯 하며 비리를 저질렀다”며 “사안을 보면 개인비리가 아니라 상호 연관돼 있는 대통령 일가의 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리의 대부분은 대통령이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비호ㆍ은폐를 기정사실화한 뒤 “대통령도 두 아들과 함께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은 “안 그러면 대통령이 퇴임 후 청문회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 보좌진과 사정기관 책임자들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방어벽을 친 뒤 안기부 예산 횡령사건 개입 및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 이 후보의 ‘5대 의혹’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는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이었던 이 후보가 안기부 예산횡령을 지시했거나, 보고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며 “이석희(李碩熙) 전국세청 차장과 친분이 두터운 김정부(金政夫) 전중부 국세청장을 마산 합포에 공천한 것은 이 후보의 세풍 개입 의혹을 짙게 하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권오을 의원이 잇따라 나서 “5대 의혹은 현정권이 4년 반 동안 검찰, 국정원 등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하면 될 것”이라며 “사정 당국은 당장 수사결과를 공개하라”고 역공했다.
그러자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나서서 “서해 교전에서 숨진 장병의 부모들은 체중 줄이기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돈이 없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웃이었다”며 또다시 이 후보 두 아들 병역과 손녀 원정 출산 문제를 건드리는 등 양당의 공방전은 쳇바퀴를 돌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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