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이었다.“연기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이 왜 없겠어요? 그동안 주연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다른 연기자에게 빼앗기기도 했죠.”
MBC TV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환)의 여주인공 아리영 역의 장서희(30)는 ‘대기만성형’. “연기가 좋아서” 기다렸고, 데뷔 20년 만에 드디어 주연을 맡았다.
장서희는 엄마와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지니고 있고, 그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복동생의 남자까지 빼앗는 아리영에 푹 빠진 것 같다.
‘인어아가씨’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청춘의 덫’의 심은하를 보는 것 같다”(심재춘)는 평이 오를 정도로 장서희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넘친다.
‘인어아가씨’의 시청률도 뛰어올랐다. 6월24일 첫 방송때 10.2%이던 것이 7월15~19일 평균시청률 22.3%로 뛰어오르면서 KBS1 TV 일일드라마 ‘당신 옆이 좋아’(17.9%)를 눌렀다.
때문에 장서희는 요즘 신이 난다. 일주일에 단 하루도 맘놓고 쉴 수 있는 날이 없을 정도로 촬영일정이 빡빡하고 몸무게가 3㎏쯤 빠졌어도 상관없단다.
“시청자의 관심이 많아졌어요. 주연이라는 걸 실감하죠. 외워야 할 대사도 많아졌고. 촬영현장에선 조명이 다르더군요. 성형수술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아마도 그 때문일 거에요. 주인공이니까 화면에 예쁘게 나오도록 신경 써주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때인 1982년 뽀빠이 이상용씨와 ‘모이자 노래하자’ 공동 MC로 데뷔, 89년에 MBC 19기 공채탤런트로 정식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불꽃’(SBS) ‘온달왕자들’(MBC) ‘그 여자네 집’(MBC) 등에서 “꼭 필요한 조연”을 했다.
1월부터는 케이블음악채널 채널V코리아의 음악토크쇼 ‘장서희의 러브레터’를 진행하고 있다.
장서희가 맡은 방송작가 아리영역은 작가 임성한씨를 떠올리게 만든다.
“연기자가 대사를 빼먹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비슷하다”고 한다.
‘그 여자네 집’에 출연하고 있던 지난해 10월 장서희는 임씨로부터 캐스팅 통보를 받았다.
‘머리를 길러라, 살사댄스와 드럼을 배우라’는 작가의 주문대로, 지난해부터 살사와 드럼을 익혔다.
장서희는 그를 주인공으로 밀어준 임씨를 히딩크에 비유했다.
“히딩크 감독은 실력 하나만 믿고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서 성공했다. ‘캐스팅이 약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임성한 작가도 연기 하나만 보고 날 택해주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도 왜 캐스팅했는지 궁금해요. 최근에는 차분한 이미지를 보여주었지만, 예전에는 깍쟁이 역할이 많았고 독한 폐비 윤씨 역할도 했죠. 아리영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인어아가씨’는 일일드라마다운 정겨움보다는 극단적 인물 설정과 상황 전개 때문에 중독되는 드라마.
작품에 대한 평가는 곧 장서희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오랜 조연으로서의 관록이 장서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