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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 / 공치사하는 방송

입력
200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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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다 떨어져간다.이제 곧 떨어진다.그러면 가정용 비디오로 녹화한 화면을 내보낼수밖에 없다."'현지 지사에 문의했는데도,배터리가 없다고 한다.곧 화면이 끊어질지도 모른다."MBC '!(느낌표)'의 기획중의 하나인 '책을 읽자'유럽편.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의 독서 현황과 그곳에 우리 책을 전파한다는 거대한 목표를 세운 이 코너에서는 그곳 독서 현황보다 이런 말이 더 자주 나온다.한 두마디 덩도면 "아,저런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겠지만,지나치게 비중이 많으니 얼마나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변명하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장비를 못 챙겨간 것은 엄밀히 말해 준비 부족이고,그건 방송에 대고 떠들 게 아니라 반성할 문제다.행여 우려했다면,깨끗하게 상황 설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요즘 방송을 보면 공치사가 너무 심하다.폭주족 아이들에게 헬멧을 씌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 같은 프로그램의'하자하자-얘들아 헬멧쓰자'역시 마찬가지.폭주족들에게 다가서는 진행자들이 벌벌 떠는 모습을 계속해 보여줌으로써 얼마나 불안한 상황에서 방송하는지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뻔히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나온 것임을 이제는 시청자들도 다 아는데 "너무 바쁘실텐데 오랜만에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영광이다"며 20대 초반에 불과한 스타들에게 극존칭을 써가며 인사하는 토크쇼의 사회자를 보면 마치 시청자들에게 "감읍하라"고 명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하다.

폼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들 떄마다,스타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공치사를 하는 것은 무례하다.엔터네이터의 기본은 서비스 정신인데,서비스 좀 한다고 재기 시작하면 이건 곤란하다."기자는 발로 뛰어야 하지만 신발에 묻은 흙을 독자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던 어느 선배의 말은 방송사에도 필요한 것 같다.시청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흙을 얼마나 묻혔느냐가 아니라,그래서 무엇을 얻어냈느냐가 아닐까.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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