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달러의 분식회계 부정 발표 이후 자금난에 시달려 온 미 2위의 장거리 통신업체 월드컴이 21일 뉴욕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산 1,070억 달러, 부채 410억 달러를 가진 월드컴의 파산은 미 기업 사상 최대 규모로 미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존 시즈모어 월드컴 최고경영자(CEO)는 "핵심 사업인 장거리 전화의 MCI와 인터넷 부문의 UUNet은 지속하고, 비핵심 사업은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드컴의 파산 보호 신천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달 말 미 기업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26억여 달러의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어온 월드컴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버팀목은 연방파산법 11조(회사갱생법)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파산의 직접적 충격은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부채 상환 계획을 제출하는 한 정상영업을 지속할 수 있어 MCI장거리 전화 서비스 가입자 2,000만 명을 포함해 고객들이 파산의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하지만 미 제 2의 장거리 전화 회사이자 미 인터넷 통신망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월드컴 파산이 남긴 상처는 깊고도 넓다.
직원의 20%인 1만 7,000명 선의 감원은 부차적이다. 1999년 주당 6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최근 20센트 밑으로 곤두박질했다. 여기에 41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는 채권은행의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미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업계와 금융시장에 미칠 심리적 악영향은 계량 할 수 없을 정도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년동안 미 통신업게는 약 2조 달러의 주식 손실을 기록, 경기침체의 주요 요인이 돼 왔다"며"월드컴의 파산은 고도로 의존적인 통신업계와 장비업체를 연쇄적인 재정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관심은 월드컴의 회생 가능성에 모아진다. 파산보호신청으로 일단 생명을 연장한 월드컴은 시티그룹, JP모건 체이스 등 주채권 은행으로부터 긴급 수혈받을 20억 달러를 구조조정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투입할 생각이다. 전화 요금 수입 등 자금 유동성의 여지가 커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회생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현 경영진의 판단이다.
그러나 업계의 치열한 요금인하 경쟁,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소비위축의 가능성, 현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 등 악재가 많아 경생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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