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비리사건이 그래왔듯 공적자금비리 이면에도 권력층과의 친분을 과시한 브로커들의 검은 손길이 뻗쳐있었다.대표적인 사례가 백송종합건설 회장 박정삼씨로부터 9억원의 수사무마 ‘시주돈’을 받은 비구니 박갑술(68ㆍ여ㆍ구속)씨. 신도수만 3만5,000여명인 부산지역 4대 사찰의 큰스님으로 있던 박씨는 3월 자신의 신도인 박 회장의 부인 이모씨로부터 남편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는 22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박 회장에게 합동단속반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던 시점. 박씨는 돈을 받고 나서 진행상황을 묻는 이씨에게 “너무 알려고 하지마라”고 시치미를 떼는 한편 한달 뒤 박 회장이 구속되고 나서도 “아무 걱정말라. 단속반장과도 얘기가 돼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박씨는 받은 돈으로 사찰주변 땅 구입 등에 사용한 반면 단속반에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YS정권시절 최대의 이권사업 중 하나였던 민방사업에도 브로커들이 난무했다. 전 세풍 부사장 고대원씨가 전주민방 사업자 선정과 관련 고용한 김태연(36ㆍ구속)씨도 허세로 한 몫 한 케이스.
김씨는 변변한 직업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어머니가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의 장모와 친척 관계임을 이용, 96년 7월 고씨로부터 2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다.
김씨는 현철씨 장모의 거절로 청탁이 성사되지 못했음에도 “얘기가 잘 됐다”며 추가로 13억원을 더 받아내는 대담함을 보였다.
김씨는 또 당시 청와대 모 수석에게도 청탁하겠다며 고씨로부터 5억원을 추가로 받아 이 수석을 잘 안다는 지방 Y대 교수인 박모씨에게 전달하는 ‘하도급 로비’까지 벌였다.
박 교수도 이 수석을 먼 발치에서 본 게 전부여서 이 수석의 자문역인 정모 교수에게 ‘3차 청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가 수사도중 억울함을 주장하며 목숨을 끊은데다 박 교수에 대한 공소시효도 지나 추가처벌에는 실패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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