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사회보험 가운데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아 온 고용보험. 고용보험은 실직자는 물론 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그러나 의외의 변수들이 돌출하면서 고용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실업률은 떨어지는 데도 실업급여 지급액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에 더해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이 추진되면서 2004년 부터는 보험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직장인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업 하락, 급여지급 증가 기현상
실업률이 떨어지면 실업수당 지급액도 줄어들기 마련.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노동부에 따르면 연평균 실업률이 2%였던 1996년 실업급여 지급액은 122억원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98년 실업률이 7%대에 육박하면서 8,055억여원으로 늘어나고 99년에는 9,461억여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실업률이 3.7%까지 뚝 떨어졌는 데도 실업급여 지급액이 전년 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8,562억여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실업급여 지급예산은 무려 1조1,045억여원이나 책정돼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기현상은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있는데다, 장기근속근로자가 많아져 평균 지급일수가 141일로 늘어나고 상한액도 하루 7만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은 실업자수(연인원)는 지난해 실업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37만4,286명으로 증가추세를 이어갔고, 올 들어서는 5월말까지 21만2,233명이 실업급여를 수령했다.
■육아휴직급여, 자발적실업 등도 복병
고용보험재정에 위협을 주는 복병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늘어난 30일분에 대한 출산휴가 급여가 고용보험에서 나가고 있고 지출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는 일용직근로자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로 포함되고, 2004년부터 장기실업상태의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가 지급될 예정이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다행히도 2000년 3조6,200여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조9,400여억원으로 늘어난 상태.
그러나 지출액 증가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용보험 기금적립액이 머지 않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위험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許裁準) 연구위원은 “현재 1%인 보험요율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서 2004년부터는 실업급여 적립금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출 증가 등을 고려할 때 5~6년내에 고용보험의 지출액이 현재보다 배 가까이 늘어나 재정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실업급여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정고갈 가능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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