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신의와 성실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욕을 먹는데, 하물며 정부가 어떻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속임수를 쓸 수 있을까. 생명윤리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행태는 실망과 분노를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정부는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 놓고도 반발을 우려, 한 바탕 쇼를 벌였다. 보건복지부가 15일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법률시안은 가짜였다. 발표된 시안은 배아복제를 불허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나흘 전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시안은 배아복제와 이종간 교잡에 대한 연구 허용 여부를 신설되는 위원회가 결정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복지부의 속임수는 경쟁적으로 입법을 추진해 온 과기부의 시안이 공개됨으로써 드러났다.
시안이 상반되는 것처럼 알려지자 과기부는 복지부의 시안이 사실과 다르며 사전에 공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청회는 정책수립과정에서 흔히 동원되는 여론수렴수단이다.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그대로 정책화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을 받곤 했다. 그런데 이번 공청회는 가짜 시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코미디가 돼버렸다.
시안 작성을 위해 보건사회연구원에 준 용역비 1억8,000만원도 헛돈을 쓴 꼴이다. 직제 개편으로 담당 부서와 담당자가 바뀌어 차질이 생겼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과기부의 시안도 지난 해 5월 발표때와 달라졌지만, 약속과 달리 자문기구인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늘협상 결과를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가 망신을 당하고도 무슨 비밀결사라도 하듯 국민을 속이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이러고도 정부를 믿고 따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