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시가 아연 긴장하고 있다. 4월 중순 이후의 기간ㆍ지수조정에 근거한 막연한 ‘바닥론’이나 ‘횡보론’은 넋잃은 뉴욕 증시의 후폭풍으로 이미 자취를 감췄다. 주말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충격은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750~830에 걸친 박스권의 하향 이동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당분간 이렇다할 모멘텀이 없는 만큼 이제는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아니라 ‘서머트랩(summer trap)’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 종착역? 시장만이 안다
최근 뉴욕 주요지수가 지난해 9ㆍ11 테러사태 직후의 저점(9월21일, 8235)을 전후로 등락하며 하방 경직성을 보이자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조정장의 종착역이 가까워졌다”며 “남은 것은 새로운 장정(2차랠리)의 타이밍과 속도”라고 입을 모아왔다.
실제로 뉴욕 증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회계스캔들에 대한 내성을 키워가며 개별 기업의 실적발표 재료에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양상으로 전개됐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등 회복 징후를 보여왔다. 회계스캔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의지도 증시 진정에 일조할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파업’을 선언했고, 다우지수는 1998년 10월 이후 거의 4년 반만에 ‘8,000선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욕 증시의 투매성(비이성적) 폭락이 시작됨에 따라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며 “다만 그동안 투매양상이 단기간에 그쳤다는 경험은 위안”이라고 말했다.
● 박스권 하향 불가피
주초 국내시장의 최대 변수는 해외 리스크에 취약한 외국인 매매패턴.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은 3,14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지난 주만 보면 4일 연속 순매도(2,219억원)했다. 가뜩이나 수급여건이 취약한 상태에서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매도세가 계속될 경우 지수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주말 선물에서 대규모 손절매 매물을 쏟아내며 현ㆍ선물을 동시 매도, 전망을 어둡게했다. 이 경우 지수 전저점(6월26일ㆍ701.87)인 700선까지 단기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외국인들의 ‘원화 사재기’추세를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급반전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사상최대 반기 실적을 거두는 등 펀드멘털의 상대적 우위도 긍정적인 요소.
김정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주 초반 주가부담이 크겠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제한되면서 추가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720~770 박스권 전망을 제시했다. 최근 선물 약세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격감, 제한적이나마 기관 매수여력이 회복됐다는 점도 낙폭방어에 긍정적인 요소.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마취 없는 수술이 회복을 앞당기듯 뉴욕증시의 지수 충격이 투자심리 조기 회복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해외변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어느때보다 조심스럽게 시장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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