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독일 라인가우 지방에서는 매년 6~8월 석 달간 성대한 음악제가 펼쳐진다.15회째인 올해는 6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이 지방 곳곳에 흩어진 아름다운 옛 성과 수도원, 성당 등 47군데서 무려 153개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독일어권 최대의 음악제다.
라인가우 지방은 라인강을 끼고 펼쳐지는 끝없는 포도밭과 푸른 초원, 부드러운 구릉과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동화책에서 본듯한 예쁜 집들이 점점이 박혀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라인가우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독일 전역과 유럽에서 음악제를 찾아오는 사람이 매년 13만 명에 이른다.
이 멋진 축제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금호현악사중주단이 초청돼 18일 요하니스베르크 성의 메테르니히 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쿼르텟 인터내셔널’이라는 프로그램에 유명한 러시아의 보로딘 쿼르텟, 미국의 버미어 쿼르텟과 나란히 초청되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2년 전 라인가우 음악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인연으로 다시 초청됐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공연에서 금호현악사중주는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6번, 필립 글래스의 ‘미시마 유키오’ 스메타나의 ‘나의 생애로부터’를 연주했다.
빈틈없는 앙상블로 악구 하나하나를 충만한 소리로 이어간 연주에 관객 550여명은 여섯 번의 커튼콜과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관객들은 특히 귀에 익은 스메타나보다 현대음악인 윤이상과 필립 글래스에 흥미를 나타냈다.
이 축제의 프로그램 감독 에벨린 마이닝은 “자주 듣기 힘든 현대음악 레퍼토리가 신선하다. 연주도 보로딘 쿼르텟 등 세계 최고에 뒤지지 않는다. 금호를 초청한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라인가우 음악제가 얼마나 성대한 것인지는 초청된 연주자와 단체 명단에서 바로 드러난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프랑크 페터 침머만, 피아니스트 앨프리드 브렌델, 보리스 베레초프스키, 다니엘 바렌보임,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비올라 연주자 유리 바슈메트… 올해 처음 오케스트라도 불렀다.
서독일방송교향악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앙드레 프레빈의 런던필, 제임스 레바인의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등이다.
고음악 원전연주 단체로 존 엘리어트 가디너의 몬테베르디합창단과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라인하르트 괴벨의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도 참여한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재즈와 전자음악, 1920년대 뉴욕 파리 베를린의 카바레 음악까지 두루 포함,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 자크 루시에 트리오, 로비 라카토시 밴드 등을 불렀다.
그야말로 휘황찬란하다. 거기에 금호현악사중주단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요하니스베르크(독일)=오미환기자
mhoh@hk.co.kr
■라인가우음악제
라인가우 음악제 공연기획자인 미하엘 헤르만(58)이 1987년 여름 라인가우음악제 재단을 설립, 19개 콘서트로 시작했다.
3년 만에 재단은 유한회사로 탈바꿈했고 15년 만에 무려 153개의 콘서트로 커졌다. 음악제 수입만 매년 600만~700만 유로(72억~84억원)에 이르러 지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헤르만은 “정부지원이 없는 대신 콘서트마다 1대1로 기업체를 선정, 콘서트를 책임지게 하는 제도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입장권을 절반 이상 사주는 개별 스폰서 외에 아우디(자동차회사) 메테르니히(샴페인회사) 헬라바(은행)가 음악제 전체의 스폰서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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