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있었던 옛 국립극장을 처음으로 찾았던 때는 1970년대 초반이었다.당시 학교에서 오후 수업을 하지 않고 단체로 연극 구경을 갔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로 고 이낙훈씨와 오현경씨 등이 출연했었다.
‘반 강제적’으로 갔는데, 그 연극을 보고서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지금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떤 연극은 등장 인물이 관객보다 많았던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별로 문제가 안됐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그곳에 가면 연극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국립극장이 남산 밑으로 새로 지어 이사하면서 명동 국립극장은 없어졌다.
현재 현대투신이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을 복원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명동 상가 번영회와 연극인들이 중심이다.
시공관으로 잘 알려진 이 건물은 1934년에 세워져 1957년부터 국립극장이 됐다. 600석 규모였다. 이들은 1995년 시공관 복원을 위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서울시 문화관광부 기획예산처 등을 찾아다니며 일을 추진하고 있다.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국회에 제출했으며, 모금운동도 펼치고 있다.
■복원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최근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오고 올해 문화관광부가 건물 매입을 위한 예산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울 한 복판, 그것도 땅 값이 제일 비싼 곳에 좋은 극장을 갖는다는 것은 서울 시민의 자랑이다. 과천에 있는 미술관은 말할 것도 없고, 현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전당 등은 우선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극장 프로듀서 연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1 시즌 브로드웨이의 뉴욕 경제 기여도는 44억2,000만 달러, 고용 효과는 최소 4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브로드웨이 관객은 1,196만명으로 절반 이상이 뉴욕 주민이 아닌 관광객이었으며, 공연을 보려고 뉴욕에 왔다는 사람이 440만명이나 됐다.
엄청난 관광자원인 것이다. 명동 국립극장이 복원되면 어느 정도 부가가치를 창출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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