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협상 논란이 부처간 진실게임으로 번져가고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부속서 합의 내용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연장 불가'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나서 당시 협상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졌는지 반증하고 있다. 어느 주장이 맞든 대외협상 과정에서 관계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서둘러 협상이 타결되고, 결과도 정확히 알리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외교통상부는 당시 농림부 관계자가 협상에 참여했는데, 그 같은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협상의 책임자였던 한덕수 전 청와대경제수석도 "관계부처에 협상결과를 다 보냈고 그에 따라 농림부가 후속 조치를 취했다"며 "농림부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부의 주장은 다르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중국측이 눈덩이식 협상태도를 보이며 요구 수위를 높여 관계장관회의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담당 국장과 함께 퇴장한 일도 있다"며 협상 당시 농림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당초 합의문 초안에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이를 빼도록 주장해 관철시켰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따라서 만일 부속서에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냥 넘어갔을리 없다는 것이다. 당시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다른 부처 과장도 "협상은 전체회의 외에 수석대표간 개별회담이 여러 차례 열렸기 때문에 협상 참여자라고 해서 모든 내용을 알 수는 없다"고 말해 농림부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어떤 경우든 농정의 주무부서인 농림부 장관이 마늘협상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협상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시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방침이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또 합의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의도적 은폐였는지도 함께 가려져야 한다.
합의내용이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도 규명될 부분이다. 한 전 수석은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협상타결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부속서 내용까지 보고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도 20일 대통령 보고에 세세한 내용까지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보고 사실을 부인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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