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마늘협상 파문을 계기로 통상외교의 난맥상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 조선,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제소가 급증하는 등 통상마찰이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으나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마늘협상 파문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우리 통상외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우선 종합적인 조율 기능의 부재를 들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통상협상의 70~80%는 국내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정하는 문제”라며 “마늘협상에서 드러났듯이 이해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정부 들어 통상조직이 통상교셥본부로 통합되면서 대부분의 협상을 통상교섭본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관련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조율을 하고 있으나, 실무선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협상일선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0년 마늘협상 과정에서도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와 농림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적전분열’의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부속서 합의내용이 알려진 직후 외통부와 농림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여기에는 정부 부처간의 불신도 심각하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경제관료와 외교관료와는 기본적으로 생각과 문화가 다르다. 외통부는 생색내고 폼나는 일은 하려고 하지만 욕먹을 일은 안하려 한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외통부 관계자는 "업무협의를 위해 경제부처 국·과장급 회의를 소집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하거나 하위직원을 보내기 일쑤"라고 말했다.
통상조직의 전문성 부족은 어제 오늘 지적된 일이 아니다. 마늘 협상 당사자들 가운데 현재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재경부 관세과장 1명 뿐이다. 모두 재외 공관에 나가 있거나 다른 부서로 옮긴 지 오래다. 잦은 보직변경과 순환인사가 전문성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통상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통상부서를 선호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통상전문가를 키우려면 인사와 보수 등에서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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