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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코오롱 유화 배영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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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코오롱 유화 배영호사장

입력
200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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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유화 배영호(裵榮昊ㆍ58) 사장의 이력에는 꼭 ‘영업맨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는다.섬유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지만 영업맨으로서 일군 일화가 숱하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이 되고 나선 동물적 감각과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 일화 하나. 지난달 27일 코오롱유화는 전남 여천에 45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석유수지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주목을 끈 것은 발표 내용보다 지역이었다. 영남 중심으로 사업장을 운영해온 코오롱그룹이 호남에 사업장을 두겠다고 한 것은 누가 봐도 의외였다.

당연히 그룹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배 사장은 ‘사업적 판단’으로 밀어붙였다.

일화는 또 있다. 88서울올림픽 때 하키경기장 건설공사는 인조잔디 조건 등 까다로운 국제공인 절차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납기일 맞추기가 벅차자 그는 발주처에 “잘못되면 2배로 보상하겠다”며 잔디공사를 강행했고, 올림픽 개막 한달 전 국제공인도 얻어냈다.

“수많은 안건을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고, 타이밍입니다.

완벽하게 일을 검토하느라 시간을 잃는 것보다 60%의 확신만 있으면 적기에 추진하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코오롱의 타이어코드 사업은 배 사장의 이 같은 감각이 발휘된 예다.

1970년대 ㈜코오롱은 이 사업의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타이어 업체들이 제품사용을 꺼려 높은 진입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회사 내에선 납품이 쉬운 소규모 업체부터 공략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배 사장은 대형거래선을 잡아야 사업이 존속한다며 세계 최고의 타이어 기업인 굿이어와의 거래에 힘을 집중했다.

굿이어는 지금까지 코오롱의 가장 탄탄한 거래선으로 남아 있고, 타이어코드는 코오롱 고수익 사업으로 성장했다.

배 사장이 코오롱유화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은 98년 11월. 입사 30년만에 코오롱제약까지 맡는 겸임사장이 된 그는 여느 CEO처럼 흔한 공약을 내걸었다.

주주 임직원과‘열매’를 나누겠다는 것. 하지만 열매를 키우기 위한 그의 노력은 남달라 취임 초기 1,60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454억원으로 불어났다.

재무상태도 자본금 93억원에 유보금 1,200억원, 부채비율 66.8%로 탄탄해졌다. 1년 뒤 배당금은 20%로 두배가 됐고, 직원들은 2년째 29개 코오롱그룹 계열사중 최고 대우를 받았다.

올 연초 지급된 평균 성과급만 600%. 배 사장의 공약에 반신반의하던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아예 회사측에 일임했다.

배 사장은 회사 차원의 재테크에도 관심이 높아 지난해 하나은행의 지분 거래로 큰 평가익을 거뒀다.

증권가에선 ‘위험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지만 배 사장은 이익의 일부를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연 수익의 10%까지 사장 재량으로 일반투자를 할 수 있다는 대주주의 재가도 연초 받아 냈다.

여기에는 코오롱그룹이 99년 12월 신세기이동통신의 지분 전부를 포스코에 1조691억원에 매각하면서 8,397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보금을 쌓아두기 보다는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마구 몰려가는 중국투자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싼 인건비 보다는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여천공장 증설이 끝나는 2006년까지는 현재 사업 부문으로 올릴 수 있는 최대치인 5,600억원대의 매출 달성에 주력하고 그 이후 대륙진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약력

▦1944년 경북 김천 출생

▦63년 경북고 졸업, 서울대 섬유공학과 입학

▦70년 ㈜코오롱 입사, 뉴욕지사(13년) 근무

▦89~95년 ㈜코오롱 산업자재(이사)ㆍ원사원단(상무)사업본부장

▦96년 ㈜코오롱 구미공장장(전무)

▦98년~현재 코오롱유화ㆍ제약 대표이사 사장

▦종교:기독교

■코오롱유화는

코오롱유화는 1976년 국내 최초로 석유수지를 개발하면서 출범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80%인 석유수지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점착성을 부여해 고부가가치화한 것으로, 페인트 등 용도가 넓다.

2006년까지 450억원을 여천석유화학단지에 투자해 연산 8만8,000톤에, 매출도 1,5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연 4만톤의 생산능력으로 세계 6위인 고흡수성 수지분야는 자체기술을 확보한 미래 고수익 사업이다.

페놀수지 부문도 다국적 기업들이 먼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할 만큼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경기장 트랙용 포장재(폴리우레탄수지)를 생산하는 화학사업 부문은 중국의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

LG화학이 ‘쌀’을 만든다면 코오롱유화는 ‘조미료’를 만드는 기업이다. 조미료격인 각 제품들이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 업계에선 작지만 알찬 회사로 통한다.

특히 일괄생산 체제를 구축한 석유수지는 세계 4대 메이커로, 그룹의 캐시카우(돈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증시에선 중소형 우량주에 고배당주로 분류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고, 일본석유화학과 ㈜코오롱이 각기 21.3%의 지분을 보유해 유통주식은 많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 2,454억원, 당기순이익 136억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액 2,65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상반기에 이미 73%를 달성했다.

2ㆍ4분기 매출은 전분기의 2.1배인 1,320억원, 경상이익은 110억~115억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잠정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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