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형 김규식 김구 이승만 조봉암 박정희 장준하는 해방 후 한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김구 김규식의 남북협상 노력, 여운형의 좌우합작 노선, 이승만의 반일운동, 조봉암의 사회민주주의 노선, 장준하의 통일운동, 박정희의 대일노선 등을 살펴보면 현대사 50년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서중석(徐仲錫ㆍ54)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현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정치인 7명의 삶과 노선, 업적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기록한 ‘비극의 현대지도자’(성균관대출판부 발행)를 펴냈다. 책은 해방 정국이라는 질풍노도의 세월을 헤쳐간 정치 거물들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당대 사회의 중요한 논점을 설명하면서 현대사 교육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장을 맡아 진보사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인 서 교수는 1980년대까지 보수주의 사학계에서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동안 생애가 묻혀왔던 중도 계열의 정치지도자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1947년 7월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 청년의 총탄에 숨진 여운형은 일생동안 변치 않고 고집스럽게 좌우합작노선을 고집해온 중도 좌파의 좌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진보적 중도우파 김규식은 한국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이성적이고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였으며, 진보당 당수 조봉암은 좌익도 우익도 아닌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한 독특한 존재였습니다.”
서 교수는 “한국의 정치세력은 남한의 극우반공주의, 북한의 주체사상처럼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이성과 합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우는 경향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중도노선을 끝까지 견지해 나간 여운형 김규식 조봉암의 생애는 현대사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이승만은 “분단 고착화에 매진한 친일파 정권의 수장이면서도 스스로를 통일론자이자 반일 지도자로 포장해낸 인물”로, 박정희는 “일본 친한파의 보호와 후원 아래 ‘소일본’을 건설하는 데 매진한 인물”로 평가했다. 또 김구에 대해서는 “남북통일을 위해 몸바친 위대한 애국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통일민족국가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신화나 상식에서 벗어나 정확한 사실(史實)과 사료에 근거한 현대사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책에서 김구가 47년 말까지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한 절대 반대가 아니라 애매한 노선을 보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 교수는 한국의 현대사는 국가 정통성의 자랑스런 증거가 아니었으며,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현대사를 가르치는데 인색했다고 진단한다.
“현대사를 망각한 사회는 전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현대사에 관해 너무 무지합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도 현대사를 거의 가르치지 않고 있을 정도지요.”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비극적 운명으로 스러졌듯이 현대사는 비극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왜곡, 오류로 뒤범벅이 된 현대사를 바로잡는 일은 오늘도 유효하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김영화기자ya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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