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당시 납치 비행기 여승무원 2명이 지상 요원에게 한 전화가 테러범의 신원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미국 abc 방송은 19일 아메리칸 에어라인(AA)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납치 비행기 내 상황과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용기를 소개했다.
승객 81명과 승무원 11명을 태운 보잉 767 AA 11편이 보스톤 로건 공항을 이륙한 것은 2001년 9월 11일 오전 7시 59분. 얼마 후 남자 승객 5명이 자리를 떠 조종실로 갔고 곧 비행기를 장악했다. 맨 뒤쪽 승무원 칸에 있던 경력 13년의 에이미 스위니는 승무원 전용 전화를 들었다.
“잘 들으세요. 내 말 진짜 잘 들어야 해요. 여기는 AA 11편입니다. 비행기가 납치됐어요.” 전화를 받은 것은 AA 로건 공항 항공서비스 책임자 마이클 우드워드였다.
스위니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재빨리 하이재커 5명 중 4명의 좌석번호를 알려주었다. 우드워드 등 지상 관계자들은 컴퓨터 예약자 명단에서 좌석번호 4개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신용카드 내역을 알아냈다.
이 자료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달돼 범인들의 신원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 관련 여부를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때 나온 이름 중 하나가 9ㆍ11 테러 전체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하메드 아타였다.
“하이재커들은 중동계로 보여요. 노란 선이 달린 폭탄을 들고 조종실로 들어갔어요. 앞쪽 1등석 여승무원 2명을 칼로 찌르고 2등석 승객 한 명의 목을 벴습니다.” 스위니의 속삭임은 계속됐다.
같은 시각 경력 14년의 베티 옹은 노스 캐롤라이나주 랠레이에 있는 AA 예약센터에 긴박한 기내 상황을 전했다.
두 사람의 전화가 시작된 지 15분쯤 지났을 때 비행기는 갑자기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물이 보여요. 빌딩들이, 빌딩들이 보여요”(스위니),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기도해주세요”(옹)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잠시 후 우드워드 사무실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직원은 이렇게 외쳤다.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어요!”
옹의 전화는 처음 4분 간이 녹음됐지만 FBI는 공개하지 않았다. 스위니의 전화는 녹음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드워드가 통화 당시 해놓은 메모로 확인됐다.
옹과 통화한 보안책임자 니디아 곤살레스는 “당시 전화에는 승무원들이 바삐 오가며 정보를 서로서로 전달해주는 웅성거림이 들렸다”며 “완벽한 팀웍이었고 헌신적인 직업정신이었다”고 추모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