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1980년대 중반 오락실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이 게임 사운드를 기억하는지. ‘버블보블’(사진)이라는 컴퓨터게임에서 앙증맞게 생긴 아기 공룡 2마리가 적(보통 망토를 쓴 꼬마 마녀)을 향해 비누방울을 내뿜을 때 나는 소리다. 공룡이 비누방울에 갇힌 적을 요리조리 깨부실 때는 게임을 하던 사람도,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도 신이 났다.
게임 속 주인공은 버브룬(녹색 공룡)과 보브룬(파란 공룡). 둘 다 순하고 커다란 눈을 가진 초식공룡 스테고사우루스의 모습으로, 이빨은 위에만 두개씩 나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컴퓨터게임 ‘인베이더’로 유명한 일본 타이토사가 1986년 이 게임을 개발했을 당시 한국에서는 김수정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83년 작)가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앙증맞다는 점에서 버브룬과 보브룬, 둘리는 한 가족이다.
그러나 이들이 꼭 순진한 것만은 아니다. 혼자서 게임을 할 경우 버브룬이 열심히 비누방울을 내뿜고 있는 동안 보브룬은 어김없이 ‘돈을 넣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빙빙 돌리며 호객행위를 하기 때문. 애초 2인용 게임으로 제작된 탓이다.
순진한 외모와 단순한 게임방법 때문에 이들은 ‘리니지’ ‘바람의 나라’ ‘스타크래프트’ 같은 첨단 온라인게임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고전게임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99년에는 같은 색깔의 구슬을 3개 이상 이어 붙여 깨트리는 ‘퍼즐버블’이라는 변형게임의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이 구슬을 쏘아올리기 위해 화면 밑에서 열심히 손잡이를 돌리는 주인공이 바로 버브룬과 보브룬이다.
2001년에는 ‘보글보글 세 친구’라는 펜티엄급 PCㆍ온라인 게임으로 업그레이드됐고, 최근에는 ‘보글보글’ 휴대폰 벨소리까지 등장했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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