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은행의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자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의견을 모았다.금감위는 19일 간담회를 갖고 은행에 대해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인 사채업은 불허하되,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아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할부금융자회사의 설립을 허용하고, 이 할부금융사에서 부수업무로 사실상 대금업과 같은 소액신용대출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
은행 자회사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연리 20~30%로 상대적인 저금리로 상호저축은행(10~60%), 고리대금업자(60~500%)를 잠식한다는 입장이어서,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대금업 진출은 캐피털사 등 할부금융회사와 상호저축은행 등이 양분하고 있는 서민금융업계 판도에 폭풍우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은행 자회사들의 타깃 고객이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는 대출받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금융까지 끌어다 써야 할 정도는 아닌 사각지대 금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시중은행, 20~30%대 시장을 잡아라
은행 자회사들의 타깃은 20~30% 금리의 소액대출시장. 씨티은행이 자회사인 씨티파이낸셜코리아를 설립, 지난 4일 명동점을 개장하면서 가장 먼저 이 시장에 진출했다.
씨티파이낸셜은 직장의료보험증이나 신분증만 제출하면 무보증, 무담보로 20%대 후반의 금리로 최고 1,500만원까지 즉석에서 대출해주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세텔렘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중인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를 통해 평균 200만원의 소액을 22~25%대로 대출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60~500%의 금리로 사채를 쓰는 고객들중 우량 고객들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민은행과 한미은행도 은행이 100% 출자, 할부금융 자회사를 설립해 금년 하반기중으로 영업을 개시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기업은행도 자회사인 기은캐피털을 할부금융사로 전환 등록해, 대금업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저리자금으로 고금리 영업에 나서면, 모은행의 부실을 초래할 역기능이 있을수 있지만 이보다는 사채 이용자들을 제도권금융으로 끌어들이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말했다.
▲ 소비자금융 지각변동
은행의 대금업 진출로 기존 20~30%대 금리로 영업을 하던 서민금융업의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60%대 소액신용대출을 앞세워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는 상호저축은행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상호저축은행에서 60%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중 상당수가 20~30%대 대출이 가능한 비교적 그룹이기 때문이다.
또 20% 초중반의 대출영업을 하고 있는 현대ㆍ삼성캐피털 등 할부금융사들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할부금융사들은 현재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대한 할부금융 비율보다 소액대출 등 부수업무 비율이 더 높다. 아울러 기존 사채 이용자들중 일부도 이들 은행 자회사들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금융시장의 전체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364조5,000억~383조5,000억원. 은행들의 대금업 진출로 이중 적게는 100조원, 많게는 120조원의 시장을 놓고 대 격돌이 예상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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