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5월 약값 인하를 골격으로 한 4,000억원대의 건강보험재정 절감대책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 비서실이 제동을 걸며 대통령 보고까지 무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당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값인하정책 포기 압력이 본격화하던 시점이었고, 그 결과로 청와대가 약값 인하 포기를 종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5월 현직에 있었던 이태복(李泰馥) 전 복지부 장관의 최측근인사는 18일 “청와대 고위인사가 ‘대통령도 올해 건강보험 적자 목표를 7,600억원으로 알고 있는데, 약가인하정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자목표를 3,500억원으로 낮춰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면서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막았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에 앞서 3월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 약가인하 등의 필요성을 설명하려 했으나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역시 성사시키지 않았다.
대통령 보고는 대통령의 결심을 받고 범정부적 지원을 얻어 약값인하정책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 장관은 11일 경질됐으며, 직후 ‘다국적제약사들의 장관 경질 로비설’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이에 앞서 4월10일 올해 예상되는 7,600억원대 건보재정 적자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청와대 협의 등을 위해 구체적인 축소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상남(金相男) 복지노동수석은 “4,000억원대 절감대책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섣불리 국민이나 대통령에게 약속하지 말라는 취지였다”며 “이 전 장관의 직접보고를 막았다는 부분도 대통령 일정에 따른 것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펴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이날 미 정부 다국자와 이 전 장관의 면담기록 드을 확보해 만든 자료를 공개, 미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약가제도와 관련해 모두 6차례에 걸쳐 정부에 강력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이어 지난달 11일 방한한 존 헌츠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이 전장관과의 면담에서 약가기준 결정 과정의 외국계 제약사 참여를 요구했으며, 이는 분명한 내정간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어떤 국가도 그런 사레가 없음을 이유로 거절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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