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로 된 커피는 이름이 많다. ‘가루커피’, ‘인스턴트커피’, 시골다방 커피 맛과 비슷하다 하여 ‘다방커피’등. 요즘은 ‘영부인커피’라 불린다.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원두(原豆)커피 끓이는 복잡함이 싫고 옛 입맛에 익숙하기도 해, 영부인커피를 즐긴다는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 “커피를 마시고 있자면, 장상 총리 지명자가 생각나.” 이상하지만 나 역시 그런 적이 있다.
언론에 연신 오르내리니 자연스럽게 장 총리 지명자가 생각나는 것인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구설수 백화점”처럼 아들 국적문제, 학력기재문제, 땅투기 의혹문제, 100여 평의 아파트 문제가 나오고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가 터질까 궁금해서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그보다는 연상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인 것 같다.
김 대통령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의혹과 달리, 장 총리 지명자 인선에 이 여사 작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을 담은 언론보도는 사람들의 머리 밑에 남아, ‘영부인커피’ 에서 ‘이 여사의 영향력’과 ‘장 총리 지명자’를 연상케 하는 것 같다.
총리가 지명되고 나면 비판이 따르지 않은 적 없었지만 장 총리 지명자는 특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던 어머니들은 화 내고, 서민들은 특권층 교수를 보는 것 같다고 씁쓸해 한다.
따지고 보면, 김 대통령으로서도 인선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사실, 야당이 여성총리 임명은 여성계 눈치를 보고 여성표를 의식한 결과라고 공박한 것이나 이 여사 영향력을 지나치게 운운한 것은 바른 지적은 아니다.
과거의 정치가 여성계를 의식 안 한, 오만한 태도가 오히려 문제이다. 정치인은 여성계를 의식하라고 외치는 여성정치사이트(/www.feminist.org) 등장을 눈 여겨 볼 일이다. 또, 영부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다. 지나침을 경계할 일이다.
잘 지적되지 않지만 장 총리 지명자의 가장 큰 문제는 그의 현실인식이라고 보인다.
그는 지명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여성이라서 발탁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구 정치인들에게 인사부터 다니고 보는 구태 정치인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다.
옆집 아줌마도, 시장 아저씨도, 신문사 여직원도, 언론도 ‘참신한’ 여성총리 지명이라면서 구태정치인과는 다른 여성총리를 기대했지만 그는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20대 여성처럼 자신이 여성이므로, 그러나 능력있어 보이는 여성이므로 발탁되었다는 사실조차 순순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박금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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